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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소설]

[번역/소설] 불명예스러운 제독 — 제1부 2장 (4)

by 쿠악이 2023. 12. 11.

그림작가: 이고르 라진스키

 

 

쿠즈네초프는 그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침울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영웅적인 희생으로 적군 기뢰의 비밀을 알아내 많은 생명을 구했군요."

레닌그라드에서 온 과학자들은 흑해 함대에서 목숨을 걸고 열심히 일하면서 모든 일을 수행해냈다. 그들의 권고에 따라 소해함에는 새로운 기뢰제거장치들이 장착되기 시작했고 대형 함선에는 특수 자성 제거기가 장착되었다. 이러한 혁신은 함대에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저한텐 적당히 제독 계급 정도만 주면 됩니다." 출장에서 돌아온 알렉산드로프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의 권고사항만 엄격히 지킨다면 이제 독일 기뢰에 고통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나톨리 페트로비치." 쿠즈네초프가 감동받은 얼굴로 말했다. "적을 이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겁니다."

저녁 스타브카 회의가 끝난 후 쿠즈네초프는 모두가 스탈린의 집무실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에게 다가갔다.

"흑해 함대에 있는 레닌그라드 과학자, 물리학자들이 이뤄낸 성과에 대해 보고하고 싶습니다."

서기장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보고하기엔 너무 늦었군, 쿠즈네초프 동지. 이미 즈다노프에게 다 들었네. 희생자가 생겼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몇 명이나 죽었다고 했지?"

쿠즈네초프는 당황했다.

"두 명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상황이니..."

스탈린이 빙그레 웃었다.

"전시상황이라, 뭐 그렇지? 깨우쳐줘서 고맙군. 과학자들의 조언을 잘 따르는 게 좋을 거네. 배가 부족하니 한 척이라도 아껴야지."

쿠즈네초프는 스탈린이 선도구축함 '모스크바'의 일에 대해 묻지 않아 안도했다. 이제 가보도록 허락을 구하려던 차에 스탈린이 담배 파이프를 테이블에 놓고 쿠즈네초프에게 다가가 말했다.

"선도구축함 '모스크바'의 침몰은 다 정리됐나? 옥챠브리스키가 작전을 제대로 계획하지 못했다고들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쿠즈네초프는 옥챠브리스키 제독이 작전을 조급하게 수행했고 의도는 좋았으나 모든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선도구축함이 아닌 순양함을 보냈어야 했다는 말에 스탈린이 콧수염을 씰룩이면서 물었다.

"순양함? 그럼 자네가 옥챠브리스키에게 그리 말하지 그랬나?"

"시간이 없었습니다, 스탈린 동지. 옥챠브리스키는 함선들이 이미 콘스탄타에 다다랐을 무렵에서야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럼 당장 그를 처벌하면 되겠군! 아니면 내가 직접 하도록 하지!"

스탈린의 말에 쿠즈네초프는 어떻게든 옥챠브리스키의 편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이미 옥챠브리스키 제독에게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스탈린 동지. 이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스탈린이 쿠즈네초프를 삐딱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걱정되나? 그래, 그럼 내가 대신 자네를 벌해도 화내지 말게..."

그때 스탈린의 책상에서 전화가 울렸다. 그는 쿠즈네초프에게 아직 떠나지 말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받았다.

"뭐? 잘 안 들리니까 더 크게 말해보게. 아 자네군, 안드레이 알렉산드로비치... 레닌그라드의 위기는 충분히 알고 있네... 쿠즈네초프 제독? 지금 나와 같이 있네... 그래, 내가 얘기해 보지, 자네도 정신 바짝 차리고! 그래, 몰로토프에게 전하겠네... 오후 10시에 전화하게." 스탈린이 전화를 끊고 쿠즈네초프를 바라보았다.

"즈다노프 동지가 레닌그라드 좀 도와달라 하는군."

"우리 해군은 이미 레닌그라드 방어를 위해 많은 작업을 해뒀습니다."

"어떤 작업?"

스탈린이 노골적으로 불신을 보이며 말했다.

"레닌그라드 방어에 발트 함대가 효과적으로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도시와 호수 지역에 해군 방어를 위한 사령부를 설립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레닌그라드 후방에 위치한 넵스카야 두브로브카 지역에 포병대와 해병대를 창설했고 추드스카야 소함대에 함선을 추가 배치했으며, 라도가 소함대를 결성했고, 루가 만에 해군 기지를 배치..."

쿠즈네초프의 보고는 또다시 울리는 전화에 중단되었다.

"그래, 뱌체슬라프.... 서명 준비는 다 되었나? 좋아. 지금 해군 인민위원과 같이 있으니 따로 전화할 필요는 없네..." 수화기를 내려놓은 스탈린이 쿠즈네초프를 보며 말했다. "7월 12일 우리와 영국 정부 간에 독일에 대한 공동 행동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네. 반 히틀러 연합의 첫 발걸음이지. 몰로토프가 알려주던가?"

"예, 알고 있습니다."

"나와 샤포시니코프 총참모장, 그리고 자네가 이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네. 몰로토프가 방금 손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으니 가지. 레닌그라드는... 상황이 위험하니 트리부츠 제독과 계속 연락하고 있게. 도시 방어를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걸 명심하고..."

붉은 군대가 리가를 떠나기 일주일 전, 트리부츠 제독이 리가에 발걸음 했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고 푸른 구름이 하늘을 덮은 평화로운 아침이었지만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융커들이 항구를 폭격하고 본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폭탄 두 개가 터졌던 상황이었다. 경비병이 트리부츠가 탄 차를 멈춰세웠다. 콧수염을 기른 원사가 차 문을 열고 트리부츠를 바라봤다.

"잠시 검문 좀 하겠습니다."

트리부츠가 서류를 내밀면서 말했다.

"발트함대 사령관 트리부츠네. 지금 본부에 누가 있지?"

"소프로노프 장군님께서 계십니다."

북서전선 제1부사령관 소프로노프 중장은 문 앞에 나타난 제독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오르기 파블로비치, 잘 지냈습니까?" 트리부츠가 자리에 앉았다. "혹시 못 만날까 봐 걱정했습니다."

"상황이 안 좋습니다, 블라디미르 필리포비치." 소프로노프는 피곤한 얼굴을 손으로 쓸며 말했다. "파시스트들이 리가를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해군의 배가 있는 우스트-드빈스크도 점령당할 위협이 있습니다. 거기로 가시겠다면 병사들을 붙여드리죠."

"괜찮습니다, 게오르기 파블로비치... 당신도 바쁠 것 아닙니까."

트리부츠는 우스트-드빈스크로 가서 기지 사령관인 트레이닌 해군 소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 기지가 융커들의 폭격을 받았지만 피해를 입은 배는 없고 대공포를 미친 듯이 발사해 두 대를 격추시켰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했다.

"그때 갑판장과 함께 구축함 갑판에 서있었는데 옆에 있던 갑판장이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죠. 그리고 보시다시피 저는 멀쩡합니다."

그러나 그의 무용담은 트리부츠에게 어떤 인상도 남기지 못한 것 같았다.

"방금 막 전선 본부에서 왔는데 상황이 심각하네. 독일군이 리가로 오고 있고 우리 군은 후퇴하고 있어. 얘기 좀 해야겠으니 본부에 지휘관들을 불러 모아주게."

곧 소환된 지휘관들이 모여들었다, 모두의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트리부츠가 엄숙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동지들, 우리는 함선과 배들을 긴급히 철수하기로 결정했네. 적 항공기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할 거야. 알겠나? 철수 과정에서 그 어떠한 손실도 일어나서는 안되네! 그리고 몇 개의 구체적인 임무가 있는데... 먼저 발렌틴 페트로비치." 트리부츠가 드로즈드 소장을 쳐다봤다. "자네는 쿠이바스트를 거점으로 지뢰 장벽 안쪽을 순찰할 경병력을 문준드에 배치하고, 전열을 정비하게. 문준드를 엄호하기 위해 이르벤스키 해협에 기뢰도 깔도록. 따로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순양함 '키로프'는 탈린에서 대기하고, 탈린으로의 철수도 내 명령을 기다리게나."

"예, 사령관 동지!" 드로즈드가 테이블에서 정모를 들고 정박지로 떠날 준비를 했다.

"발렌틴 페트로비치,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함선들을 이동시킬 땐 어뢰정으로 철저히 엄호하게."

잠수함 여단 사령관인 에기프코 대령이 함대 사령관에게 내일이면 모두 쿠이바스트 길목에 모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곳엔 전투기도 없고 방공 체계도 부족했기 때문에 적기에게 공격받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탈린으로 바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트레이닌 소장이 제안했다.

"지금은 일단 결정된 대로 진행하게." 트리부츠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잠수함은 아마 팔디스키로 이동하게 될 거네. 그리고 1 차 세계 대전 때 만들어진 ‘슬라바 운하’의 바닥을 더 깊게 파서 순양함 ‘키로프’를 옮기도록 하지. 수로학자들이 이렇게 하면 리가만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고했네."

6월 30일 밤 순양함 '키로프'와 구축함은 깊게 판 운하를 통해 바이나메리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했고 7월 1일에 탈린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같은 날 함대 본부에서 트리부츠는 리가 만 방어를 위해 어디에 무엇을 배치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는 쿠이바스트-로후쿨라에 구축함 두 개 사단, 어뢰정 한 사단, 소해함과 소해정, 잠수함을 만 입구에 배치하기로 결정하고 이 내용을 해군 인민위원회에 보고했다.

"모든 병력은 트레이닌 소장이 지휘합니다, 위원 동지." 트리부츠는 쿠즈네초프가 누가, 어디서, 무엇을 지휘하는지 자세히 물어볼 것이라고 확신했기에 상세히 설명했다.

"구축함과 어뢰정. 에기프코 대령이 이끄는 잠수함 여단이 탈린과 팔디스키에 있습니다. 리가만에는 전함 '옥챠브리스카야 레볼루치야'와 구축함 2개 사단, 아룔 대령의 잠수함 여단이 있습니다."

쿠즈네초프는 트리부츠의 결정을 승인하고 함선 재배치 중 적기의 공습이 있을 시 순양함과 전함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 알겠습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언급된 지역들의 위치

 

 

독일군이 리가를 점령하고 소련군이 격렬한 전투를 벌이며 후퇴하면서 육지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쿠즈네초프는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저녁 늦게 그는 총참모장 샤포시니코프 원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사코프 제독이 레닌그라드에 있나? 잘 됐군. 스타브카에 따라 그는 부사령관 겸 북서부 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었네. 이사코프에게 잘 알려주게나. 누가 그를 추천했는지 알고 싶나? 그래, 스탈린 동지가 추천했네."

'그때 서기장 동지가 이사코프를 페쩨르로 보내는 것에 동의해 주셔서 다행이야.' 쿠즈네초프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쿠즈네초프는 갑자기 또 스탈린의 부름을 받았다. 스탈린은 쿠즈네초프에게 발트함대의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한 다음 테이블에 종이 한 장을 올려놓았다. 스탈린이 여유롭게 말하기 시작했다.

"처칠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네. 북해에서 우리를 도와주겠다는군. 8월 초까지 노르웨이와 핀란드 북쪽 지역에 있는 독일 함선을 폭격하는 전투 작전을 실행할 것이라고 하네. 이를 통해 북해에서 독일 함대의 발을 묶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폭격 한 번으로 나치가 겁먹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도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는 환영받아 마땅합니다."

"이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영국이 순양함과 구축함 몇 척을 스발바르로 보내 우리 북방함대 함선들과 협력하여 독일 함선을 공격하는 거네. 세 번째는 북해 연안에서 적의 통신을 방해하기 위해 잠수함 함대를 보내는 것이고."

"충분히 가치 있는 계획들입니다. 골로프코가 기뻐하겠군요."

"마지막으로 처칠은 해군에 각종 자재를 실은 소해함들을 아르한겔스크로 보내라고 명령했네."

스탈린이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북방함대에 약간의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네. 그러니 이 문제는 이제 자네에게 맡기지. 가서 북방함대 사령관 골로프코와 얘기해 보게."

쿠즈네초프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아르세니 그리고리예비치는 비행기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처칠이 영국 전투기 여러 편대를 무르만스크에 보내겠다고 약속했으니 도움이 되겠지..."

(훗날 처칠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처음부터 나는 무기와 기타 물자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물자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서 러시아로 보내는데 동의하고 직접 영국의 비용으로 보내는 것에 동의했다. 9월 초, 해군 기지 방어를 지원하고 해당 지역의 러시아군과 상호 작용을 하기 위해 약 2개의 허리케인 편대와 'Argus'호가 무르만스크로 파견되었다." - 작가 A.Z.)

"큰 도움은 아니지만..." 스탈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이 역사 아니겠나. 18년에 우리를 목 졸라 죽이고 싶어 했던 처칠이 볼셰비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어쨌든, 이기기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동맹을 맺어야지! 그러나 이건 기억하게. 처칠이 소련을 돕는 건 결국 영국을 위해서 하는 것이야."

"아무튼 저희를 도와주는 것이니 골로프코에게 연락해서 영국인들을 따뜻하게 환대해 주라고 얘기해 놓겠습니다."

"그래, 동맹국을 섬세하게 다뤄서 나쁠 거 없지." 스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