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의 갑갑한 밤. 쿠즈네초프는 여전히 집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 3시에 골로프코와 이야기를 나눈 후 마침내 소파에 누웠을 때 레닌그라드에 있는 이사코프 제독에게서부터 전화가 왔다.
"좋은 밤입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잘 지내십니까?"
"불덩이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쿠즈네초프가 피곤해하며 대답했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독일군이 많이 진군했나요?"
"예, 상당히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이사코프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대답했다. "30분 전에 자세한 보고서를 보냈습니다. 상황을 보니 한동안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못할 거 같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있고... 발트함대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전선이 그 모양이니 못 돌아오겠지.' 쿠즈네초프는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골르프코 제독과 통화했는데, 싸울 의지로 가득한 그의 힘찬 목소리를 듣자 기분이 좋아졌다. "처칠이 우리에게 허리케인을 준다고요? 좋습니다! 하루빨리 작전에 투입하고 싶군요!" 그러나 트리부츠는 쿠즈네초프를 실망시켰다. 문준드에서 독일군 폭격기가 구축함 '쎄르지뜨이'를 침몰시켰고 즈다노프가 곧바로 스탈린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쿠즈네초프는 아침을 겨우 먹었을 때 스타브카의 부름을 받았다.
"발트해에서 또 구축함을 잃었다고." 쿠즈네초프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스탈린이 중얼거렸다. "이러다 발트함대 전체를 잃게 되는 건 아니겠지? 응? 쿠즈네초프 동지." 스탈린이 지도에 다가가 문준드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곳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방어해야 하네. 거기 책임자가 누구지?"
"해안 경비대 엘리세예프 소장입니다. 제 명령하에 그가 섬 방어를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그는 용감하고 강한 사람입니다." 쿠즈네초프가 스탈린을 곧게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가 말하는 용감하고 강한 사람들은 후퇴하고 항복하는 자들 뿐이라 신뢰되지 않는군. 그 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겠지. 핀란드 만 입구와 리가만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네. 이 섬들을 잃으면 레닌그라드로 향하는 함대의 작전이 복잡해져. 어떤가, 섬 방어를 충분히 자신할 수 있나?"
쿠즈네초프가 지도로 다가갔고 스탈린도 그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체 지역" 쿠즈네초프가 지도에 표시를 하며 말했다. "오리사르 댐, 주요 교차로, 교량, 일부 예외 지역을 제외하고는 저희가 기뢰를 깔아놨습니다. 섬에는 277개의 벙커가 있으며, 육지에도 23,000개가 넘는 지뢰를 매설했습니다. 따라서 이 방어선은 나치에게 힘든 난관이 될 것입니다. 만.. 다른 게 걱정되는군요..."
"뭔가?" 스탈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육군이 철수하고 문준드를 적진 뒤에 남겨두면 독일군이 동쪽에서 섬을 침공하려고 할 것입니다. 섬으로 접근하는 길에도 200개가 넘는 기뢰를 설치해놨지만... 그 섬에서 얼마나 오래 싸우게 될지 확신도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트리부츠에게 최대한 많은 탄약과 식량을 섬에 쌓아두라고 지시했습니다..."
스탈린이 끼어들어 말했다.
"최대한 필요한 만큼. 스타브카의 명령은 명백하네. 마지막의 최후까지 문준드를 지키라고 트리부츠 제독에게 다시 한번 전달하도록!"
해군 참모총장 대행 알라푸조프 제독이 쿠즈네초프를 찾아왔을 때 그는 트리부츠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문준드에서 침몰한 '쎄르지뜨이'에 관한 내용이었고, 쿠즈네초프가 붉어진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니 순탄한 대화는 아니었다.
"블라디미르 필리포비치, 자네 어제 태어났나? 비행기가 갑자기 나타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공습에 대비해 공중 엄호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했나? 시간이 없었다고? 스탈린 동지께 그렇게 설명할 작정인가? 그딴 식으로 말하면 자넨 더 이상 함대 사령관을 할 수 없을 거야, 알았어? 폭발로 구축함에 화재가 나서 한 시간 동안 불을 껐다고. 함장은 어디 있었지? 그가 부상을 입었어도 부함장이 있지 않나...? 아니, 아니, 블라디미르 필리포비치, 실수를 했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지! 잊은 거 같아 말해주는데, 스탈린께서는 페쩨르와 자네 함대 전체를 다룰 권한이 있네! 더 이상 어리석게 함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군...!"
쿠즈네초프가 거칠게 전화를 끊고 숨을 몰아쉰 뒤 알라푸조프를 바라보았다.
"급한 일인가?"
"북방함대 사령부로부터 나쁜 소식이 왔습니다." 알라푸조프가 조심스럽게 파일에서 종이를 꺼내며 말했다. "어제 폴랴르니의 예카테린스카야 만에서 융커들의 폭격기가 구축함 '스트례니텔미'를 침몰 시켰습니다. 세 개의 폭탄이 배를 강타했다고 합니다."
"골로프코 제독의 첫 번째 큰 손실이로군." 쿠즈네초프가 침통하게 말했다. "자파드나야 리차 만 지역의 상륙 작전은 어떻게 됐나?"
"골로프코 제독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알라푸조프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말했다. "샤키토 소령의 제14소총 사단 325 소총 연대와 수병 대대가 치열한 전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이 상륙으로 파시스트 사령부는 무르만스크 공격에 힘을 실을 수 없게 됐습니다. 무르만스크를 향한 적의 두 번째 공습도 분명 격퇴될 것입니다."
"이래서 내가 아르세니 그리고리예비치를 좋아하네. 그는 적과 싸우기 위해 함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발트해와 비교하긴 힘들지만 거기도 배와 잠수함을 운영하기 힘든 곳이지. 흑해에서도 소식이 있으면 알려주게."
"예!"
알라푸조프가 떠나고 쿠즈네초프는 창문으로 다가가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하늘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도시의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공습경보! 공습경보!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만 그때 적기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엔 어두운 하늘에서 엔진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백 개의 탐조등이 빛을 쏘자 융커들의 폭격기 그룹이 모습을 드러냈다. 곧 대공포가 천둥을 치고 포탄이 밝게 번쩍이고 총알들이 하늘을 뚫고 어딘가에서 사라져갔다. 방금 나갔던 알라푸조프가 재빨리 사무실로 돌아와 말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모두 대피소로 이동했습니다. 여기는 위험합니다. 우리도 아래층으로 내려가죠...!"
다음날 쿠즈네초프는 모스크바에 대규모 폭격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수도로 진격한 200여 대의 독일 폭격기들 중 모스크바를 돌파한 것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소련의 심장에 폭탄을 투하했다. 소련 대공 포병들과 전투기들이 22대를 격추해 스탈린이 격추에 공을 세운 장병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군사 위원회의 명령을 검토한 후, 쿠즈네초프는 알라푸조프에게 적의 항공기 습격에 대처하기 위해 해군 및 함대를 위한 권고사항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안토노비치, 어두운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융커들이 수도에 도달했네.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자 우리 함대가 처한 문제점이지."
"구축함 '스트례미텔니'의 침몰 말입니까?" 알라푸조프가 물었다. 독일 비행기가 높은 산 쪽에서 갑자기 나타나 '스트례미텔니'에 폭격을 가해 속수무책으로 당한 사건이었다. 채 경보를 울릴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래. 대응할 시간도 없었지. 그날 하루 전에 우라-구바에서 융커들이 순찰선 '슈틸'을 공격하고 침몰시켰었네. 우라-구바로 가는 길에 적기들이 발견되었는데도 놓치고, 결국엔 배와 사람들을 잃은 거야. 이 문제에 대해 좋은 제안이 있다면 말해보게. 방안이 괜찮으면 전 함대에 보내도록 하지."
"생각해 보고 내일 아침 해군본부를 통해 보고드리겠습니다."
"아침엔 미국에서 오는 손님을 만날 예정이니 점심 식사 후에 들리게."
쿠즈네초프가 말하는 미국에서 온 손님은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고문이자 특별 대표인 해리 홉킨스였다. 아르한겔스크에서 맞이한 홉킨스는 예의 바르고 정중했으며 유쾌한 인상이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소련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점이었다. 스탈린이 회의에서 그가 어땠는지 묻자 쿠즈네초프가 답했다.
"그는 어떤 주장도 하지 않았지만 소련을 배신한 히틀러를 악당이라고 부르며 비난했습니다."
스탈린은 그에게 미국이 독일과 전쟁을 할 것인지 물었다. "네, 저희도 싸울 것입니다." 홉킨스가 소련 정부 수반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스탈린과 홉킨스 사이의 회담은 또한 소련으로 보내질 보급품의 종류와 양, 북방 항구를 향한 연합군 호송대의 항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소련 해군이 소련군을 위한 귀중한 화물들을 실은 수송선을 완벽히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쿠즈네초프 씨, 우리 제독들로부터 당신에 대해 많은 좋은 말들을 들었습니다, 한 가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만, 당신의 함대가 연합군 호송대의 안전한 수송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홉킨스는 쿠즈네초프를 열정적으로 쳐다보았다. 그의 동그란 회색 눈동자는 '미국은 부유한 나라이지만, 배 한 척의 손실이라도 용납 못하지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우처럼 반짝이는 눈이라고 생각하며 쿠즈네초프가 대답했다.
"작전 구역을 담당하는 골로프코 제독이 말씀드렸듯이 북방함대는 적으로부터 호송대를 안전히 보호할 것입니다. 우리 선원들이 미국 선원들을 곤경에 빠뜨릴 일도 없을 것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홉킨스는 미소를 지으며 스탈린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는 이제 루즈벨트에게 가서 지금 당신이 사악한 나치에 맞서 홀로 싸우고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말해줄 것입니다. 부디 그가 당신의 열정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쿠즈네초프는 홉킨스를 공항으로 배웅하고 백해함대 사령관인 돌리닌 해군 소장을 만났다. 나중에 돌리닌은 쿠즈네초프에게 홉킨스가 우리 군함을 방문하고 병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아르한겔스크 항구가 겨울에도 미국 수송선으로부터 화물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전보를 보냈다. 겨울이라. 쿠즈네초프는 고민했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무르만스크 항구가 있으니...'
쿠즈네초프의 시선이 지도로 향했다. 탈린 외곽에서 한창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해군 군사위원회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고, 민간인까지 동원해 세 개의 방어선을 만들었지만 선형으로 만들어진 방어선은 쉽게 돌파당해 쿠즈네초프를 분노케 했다. 육지에서 제10소총 군단 부대, 별도의 해병 여단, 기지 및 함정 병력 6개 대대, 프룬제 해군 학교 생도 부대가 처절하게 기지를 방어하고 있었다.
"총검은 총 몇 개지?" 쿠즈네초프가 트리부츠의 보고를 중단시키고 물었다.
"14,000개 이상입니다. 바다 쪽은 확실하게 방어하고 있습니다. 탈린 연안에 최대 3마일 길이의 대잠 그물 장벽 '뱌트카'와 '오네가'가 설치되어 있고 지상군은 순양함 '키로프', 선도구축함 '민스크'와 '레닌그라드' 외 구축함 9척, 건보트 3척을 포함한 대형 함선 부대로부터 포격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독일군이 전선을 밀고 있어. 탈린에서 크론슈타트까지 함대를 재배치해야 할 수도 있네."
트리부츠는 쿠즈네초프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멍하게 물었다.
"적이 함대의 주요 기지를 점령하도록 내버려 두라고요?"
"그럼 어쩌나, 이런 게 전쟁이야. 모든 것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해. 그리고 미래에 벌어질 전투를 위해서는 최대한 배를 아끼는 것이 좋지. 리예파야의 교훈을 잊었나?"
"아닙니다, 위원 동지."
"그럼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마." 쿠즈네초프가 화를 내며 경고했다.
쿠즈네초프는 상황이 적군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자 분노에 휩싸였고 8월에 북서부전선 사령부가 탈린 방어에 대한 책임을 해군 군사위원회에 전가하자 욕을 내뱉었다.
"클리멘트 예프레모비치 보로실로프! 발트함대에 다 떠넘기려고 하다니! 소총 연대 4개와 대대를 편성하여 육군에 넘겨주었건만 부족했다 이건가?"
발트함대 사령관 트리부츠도 울분을 토했다.
"군함에서 병사들까지 자출 했었습니다, 위원 동지. 그 귀한 인력들이 다 어디에 쓰인 겁니까? 이 건은 스타브카에 제기해야 합니다! 해군은 이미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러다 배도 못 띄웁니다..."
쿠즈네초프는 겨우 진정하고 말했다.
"...페쩨르로 가서 보로실로프 원수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해 보지. 그러고도 해결이 안 되면 대법원에 제소하겠네."
깊은 밤, 쿠즈네초프와 갈레르 제독은 발트해에서 북방함대로 잠수함을 옮기는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갈레르가 쿠즈네초프의 말을 문서에 따라 적고 있을 때 트리부츠에게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매우 흥분한 목소리라 쿠즈네초프는 순간 이게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위원 동지, 독일군이 탈린 외곽에서 맹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최후의 전선까지 후퇴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해군들이 총검을 들고 싸우고 있습니다. 크론슈타트로 배를 옮기도록 ‘승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의 지연은 매우 위험합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배와 장병들이 걱정됩니다..."
“진정하게, 블라디미르 필리포비치. 그럴 때일수록 침착해야지." 쿠즈네초프가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다른 건 더 없나?”
트리부츠는 해병들이 육지에서 찬사를 받을 만큼 영웅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말하며 선도구축함 ‘민스크’의 해병 예브게니 니코노프를 예로 들었다. 니코노프는 독일군과 싸우다 부상을 입었음에도 부대를 떠나지 않았고, 나중에 정찰 임무를 하다가 농장 근처에서 매복에 당해 독일군에게 붙잡혀 온갖 고문을 당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무엇도 얻지 못한 파시스트들은 니코노프를 나무에 묶고 산 채로 불에 태워버렸다.
“이 영웅을 함선 승조원 목록에 영원히 기록*해놓으라고 할 생각입니다.”
(부대에 영원히 기록하다(Зачисление навечно в списки части): 부대의 인사 명부에 영원히 등재하는 것은 러시아 제국, 소련, 현대 러시아 및 구 소련 일부 국가에서 채택된 군사 전통으로, 공무(병역 의무) 수행 중 영웅적으로 사망한 군인 및 구성원을 영원히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시행되었다.)
쿠즈네초프는 트리부츠의 의견에 동의했다.
"조국이 전사한 영웅들을 기억할 거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지. 또 뭐가 있나? 순양함 '키로프'와 선도구축함 '레닌그라드'가 케일라 강에서 독일군에게 강력한 포격을 퍼부었다고? 잘했어, 블라디미르 필리포비치! 그렇게 더 많은 포격을... '민스크'가 적의 곡사포 포대를 파괴했다고? 훌륭하군! 활약한 장병들에게 훈장도 좀 주게!"
불안한 며칠이 더 지나자 탈린이 파멸에 이르렀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미 주요 방어선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함선들을 크론슈타트로 이동시킬 준비는 끝났나?" 알라푸조프의 보고를 받으며 쿠즈네초프가 물었다.
“거의 마무리되었습니다, 병사들, 화물 및 민간인들을 수송할 4개의 수송대가 편성되었습니다. 순양함 ‘키로프’가 포함된 주력부대는 트리부츠가 직접 지휘할 것이며, 이들을 호위하는 호위부대는 선도구축함 ‘민스크’를 포함해 판텔레예프 제독이 이끌 것입니다. 구축함과 경계함들로 이루어진 후위 부대는 랄 제독이 지휘합니다. 8월 28일 출항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제 그들이 크론슈타트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기도해야겠군. 쉽진 않겠지만...”
부관이 차를 권유하자 쿠즈네초프는 알라푸조프에게도 한잔 건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들지."
차를 한 모금 마신 알라푸조프가 눈살을 찌푸렸다.
"시네요..."
"레몬 차니까. 피로를 풀고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좋네. 그래서 블라디미르 안토노비치, 독일 잠수함이 아르한겔스크로 향하던 북방함대 모선 '마리아 울리야노바'를 어디서 공격했다고?"
"킬딘 섬 동쪽에서였습니다. 어뢰 폭발로 선미가 찢겨 나갔습니다."
"호위대가 없었나?"
“구축함 두 척이 호위했지만 잠수함이 그들을 능가했습니다. 물 위에 안개도 끼어 시야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알라푸조프는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고 햄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함대 참모총장 쿠체로프 제독이 대잠 방어를 위해 제때 수색 및 타격 부대를 보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잠수함이 모선을 끝내기 위해 다시 공격하려고 했을 때 구축함 ‘그리먀시’와 ‘그롬키’가 비행기 두 대를 격추하면서 방어해 나머지는 도망 갔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정보는..."
알라푸조프가 폴더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피사노비치 대위의 잠수함이 리나하마리 항구를 돌파하여 독일 대형 수송선을 어뢰로 공격했습니다. 쿠체로프가 설명했듯이 이것은 리나하마리에서 우리 잠수함의 첫 번째 돌파입니다. 독일군은 그곳에 매우 강력한 대잠수함 전선을..."
쿠즈네초프는 알라푸조프의 말을 끊고 골로프코가 연합군 호송에 대해 보고한 게 있는지 물었다.
알라푸조프는 모레 아르한겔스크에 올해 첫 번째 연합군 수송선이 도착한다고 말했다. 영국군이 보낸 만 톤의 고무와 16대의 전투기, 500여 명의 병력이 오고 있었다.
“전투기들은 즉시 바엔가로 보내야 하네. 골로프코가 아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스타브카가 북방함대를 카렐리아 전선 사령관 프롤로프의 예하로 옮겼다. 그러나 골로프코는 전부터 이미 무르만스크에서 프롤로프를 만나 해군과 육군 간의 상호 협력에 대해 논의해오고 있었다.
"역시 아르세니 그리고리예비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
쿠즈네초프가 뿌듯하게 그를 칭찬했다.
"반면에 트리부츠는 가끔 패닉이 오는 것 같고 옥챠브리스키 제독도 고통이 심해 보이더군. 오데사 방어를 위해 새로운 지원군을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쪽 상황이 정말 심각하긴 합니다." 알라푸조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어제 만 명이 넘는 증원군이 오데사에 도착했습니다. 따로 보고드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나는 말 그대로 샤포시니코프 원수에게 오데사를 도와달라고 빌어야 했네."
쿠즈네초프가 일어나서 사무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무언가 걱정되고 불안할 때 하는 행동이었다.
"이제 오데사에는 충분한 병력이 있지만 레프첸코 제독이 말했듯이 그들은 끈기 없이 싸우고 있네. 비단 레프첸코만의 의견이 아니야."
쿠즈네초프가 종이 한 장을 꺼내 알라푸조프에게 건넸다.
"읽어보게..."
스타브카가 해군 인민위원과 흑해함대 사령관 옥챠브리스키 제독에게 보낸 전보였는데 어떻게든 인력자원을 활용해 더욱 견고한 방어를 강하게 명령하는 내용이었다.
"엄중하네요..." 알라푸조프는 피곤한 한숨을 쉬며 쿠즈네초프에게 전보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타당한 내용이지."
그때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쿠즈네초프가 고개를 들어 갈레르 제독을 쳐다보았다.
"급한 일이라도 있습니까, 레프 미하일로비치?"
갈레르가 가벼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아뇨, 금방 끝납니다. 아크 메체티와 예프파토리야를 통과한 다뉴브 소함대의 대부분의 병력이 세바스토폴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오면서 큰 손실은 없었다고 함대사령관 프롤로프 제독이 보고했습니다. 이제 저는 조선산업 인민위원회에 가보려고 합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새 함선에 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쿠즈네초프는 오데사 방어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었고, 도시도 열심히 항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8월 19일, 스타브카의 지시에 따라 오데사 방어 지구(ООР)가 흑해함대 군사위원회에 휘하에 창설되었다. 쿠즈네초프는 흑해함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오데사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스탈린에게 직접 얘기했다. 스탈린이 누가 오데사 방어를 잘 이끌 수 있을지 물었을 때 쿠즈네초프의 대답은 망설임 없었다.
"오데사 해군 기지 사령관인 주코프 제독을 추천드립니다!"
"중요한 자리이니만큼 모든 것을 생각하고 고려해야 하네." 스탈린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소련 최고회의의 지시에 따라 스타브카의 전보가 오데사로 전해졌다. [오데사는 절대 항복하지 말고 흑해함대와 함께 최후까지 방어하라.] 이번에도 방어 지휘관에 내용은 없었다. 쿠즈네초프는 당황스러웠다. 그가 생각하기에 스탈린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쿠즈네초프는 샤포시니코프 원수가 육군이 해군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쿠즈네초프는 소문을 믿지 않고 직접 샤포시니코프와 이야기해 보기로 결정했다.
"친애하는 동지, 참 오랜만에 보는군." 샤포시니코프가 미소를 지으면서 쿠즈네초프를 맞이했다.
"얼굴이 왜 그리 어두운가, 힘든 일이라도 있나?"
"보리스 미하일로비치, 스타브카에서 오데사 방어의 지휘관으로 주코프 제독을 임명하는 것을 지지해 주십시오! 그는 오데사에 대해 잘 알며 육군과 해군 부대 간의 협력을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입니다. 또한 그는 충분한 전투 경험이 있고 스페인에서도 아주 용맹하게 파시스트들과 싸웠습니다. 원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스탈린 동지께서 결정할 일이네, 동지!" 샤포시니코프가 서둘러 일어나 자리를 벗어났다. "미안하네, 통신 센터에 가봐야 해서 말이야."
쿠즈네초프는 샤포시니코프의 기분이 좋지 않은것같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스탈린과 논쟁을 벌였겠지.'
쿠즈네초프는 총참모부 복도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서 있다가 마침내 결심을 하고 결연하게 스탈린에게 향했다. '이 방문으로 그분의 기분을 망칠 수도 있지만 물러설 곳이 없어.'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일이 잘 풀렸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었던 쿠즈네초프는 스탈린의 긍정적인 말을 듣고 나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사실 대화가 쉽지 않았지만 쿠즈네초프는 결국 스탈린을 설득할 수 있었고 오데사 방어를 주코프 제독이 이끄는 것에 대해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오데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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