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십니까?"
쿠즈네초프가 서류에서 몸을 떼어내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자 이반 드미트리예비치 파파닌*, 북해항로본부 사령관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의 대령 군복 가슴에는 금성 모양의 소비에트연방영웅 훈장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반 파파닌: 북극에 세계 최초의 연구기지를 세운 북극 탐험가. 이 공로로 소비에트연방영웅 훈장 2개를 수여받음.)
"잘 지내셨습니까, 북극의 주인님이시여."
쿠즈네초프가 장난스러운 어조로 북극의 영웅에게 인사하자 파파닌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잘 못 지냈지, 게라시미치. 전쟁이 내 모든 걸 뒤집어 놓았네. 도시보다 빙원에서 사는 게 더 좋았어. 숨을 쉬는데 쉬는 것 같지가 않아."
"극지방에서의 삶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나?"
"당연하지,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파파닌이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에게 중요한 부탁이 있어서 왔네. 노바야 젬랴와 딕슨 호에 대포 12문을 설치해 줄 수 있겠나? 독일 함선과 잠수함들이 우리 북극 기지와 배를 공격했을 때 마땅히 대항할 만한 무기가 없네!"
"우리도 남는 게 없어. 발트해에서는 배에서 포를 떼어내 육군에 넘기고 있네. 스탈린이 직접 개입한 사항이라 어떻게 하지도 못해." 쿠즈네초프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럼 어디서 구할 수 있겠나?"
"국방위원회 포병부 쪽에 말해보게. 니콜라이 드미트리예비치 야코블레프한테 가보면 될 거야."
"아는 사람이군." 파파닌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적어도 날 쫓아내진 않겠어. 선물로 게도 들고 가면 좋겠지. 수염도 있는 아주 큰 놈으로 말이야... 이게 먹힐까?"
"먹히면 알려주게. 골로프코에게 바로 명령을 내리도록 하지."
얼마 후 야코블레프 장군에게 간 파파닌이 다시 쿠즈네초프를 찾아왔다.
"숨 차 죽겠네..." 거친 숨을 돌린 파파닌이 급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니콜라이 디미트리예비치가 나에게 뭘 주었는지 아나? 구식 요새 대포를 줬네. 포탄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한 번 쏘면 독일군들이 꽁지 빠지게 도망가게 생겼어. 우린 이걸 이제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네..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제 독일군이 용맹하게 우리에게 돌진해온다면 값을 치러줄 수 있네. 그것 말고도 6인치 대포 두개도 더 줬어! 모든 걸 전선으로 보내고 있어서 더 이상 줄 수 없다면서 말이야. 참 감동적이지 않나? 그리고 게라시미치... 자네 배엔 130mm 포가 있다던데? 하나라도 줘. 그전까진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네."
"고작 하나?" 쿠즈네초프가 비웃으며 말했다. "소비에트연방영웅을 두 번 받았으면 적어도 두 개는 받아내야지!"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세 번 받았지!" 파파닌이 탄식하며 말하다 수염이 흔들릴 정도로 웃어댔다. "직감이 느껴져. 독일군이 북극을 평화롭게 내버려 둘 리 없네. 특히 지금처럼 연합군들이 북극항로로 우릴 돕겠다고 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쿠즈네초프는 파파닌에게 북극의 배들을 돕도록 곧 백해함대*가 편성될 거라고 얘기했다.
"딱 필요했던 것이로군!" 파파닌이 기뻐하며 말했다.
(백해함대의 주요 기지는 아르한겔스크에 위치해 있었으며 1941년 8월 15일 창설되어 북방함대의 일부가 되었다. - 작가 A.Z.)
"또 다른 부탁이 있네, 게라시미치. 골로프코 제독에게 하루빨리 쇄빙선 '레닌'과 '스탈린'을 카라해로 보내라고 해줄 수 있겠나? 아직도 무르만스크에 있던데 '융커'들이 침몰시킬까 봐 걱정이네. 그쪽 폭격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쿠즈네초프는 그 자리에서 바로 골로프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골로프코는 바렌츠해의 강한 폭풍 때문에 무르만스크에 머물고 있던 것이었고, 하루나 이틀 내로 떠날 것이며 구축함 '쿠이비셰프'와 '우리츠키'가 쇄빙선들을 엄호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파파닌이 항의했군요?" 골로프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항상 전화로 귀찮게 해서 중요한 일들을 방해하곤 하죠. 그렇지 않습니까? 이반 드미트리예비치는 저희가 사무실에 앉아만 있고 바다에서는 싸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흰 밤낮으로 잠도 못 자고 있는데도요. 전 지금 아르한겔스크, 메젠, 오네가와 콜라 반도에서 켐으로 88보병사단을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약 8천명의 병력이죠! 총, 자동차, 탱크에 말만 2,000필이 넘고 구축함과 경비함도 참여한 큰 작전입니다..."
그리고 파파닌은 옆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골로프코가 '귀찮게 한다'고 말했을 때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대화가 끝나갈 때쯤 쿠즈네초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바꿨다.
"아르세니 그리고리예비치. 나일세, 파파닌! 북극을 위해 열심히 일해줘서 참 고맙구먼! 앞으론 자네의 중요한 일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귀찮게 굴지 않겠네. 대신 자네 함대가 실수로 배 한 척이라도 잃는다면, 내 친히 지도자께 보고하지. 알겠나?"
파파닌을 배웅한 후 쿠즈네초프는 서둘러 총참모부로 향했다. 도착했을 땐 마침 샤포시니코프 원수가 주코프 육군 장군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쿠즈네초프가 나중에 다시 오려 뒤로 물러나자 샤포시니코프가 의자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게오르기 콘스탄티노비치. 최고 사령관께서 남서부 전선 우익 부대 일부를 드니프로 강 동쪽으로 옮기는 것을 허락했네. 뭐? 아니, 키예프 그룹은 여전히 남아 있고 키예프를 방어할 것이네. 스타브카는 부됸니 원수에게 가능한 오래 도시를 방어하도록 명령했네..."
통화를 마친 샤포시니코프가 해군 인민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다시피 키예프 지역이 심상치 않아."
그는 서류에서 필요한 부분을 꺼내 쿠즈네초프에게 건네주었다.
"한번 읽어보고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말해주게."
[내무인민위원 베리야가 국방위원회에 오호츠크해의 콜리마 경비를 강화하도록 요청: 콜리마, 달스트로이 지역에는 170,000명의 수감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그중 3분의 1은 재범 범죄자들입니다. 이 지역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스탈린은 이 문서에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림: 샤포시니코프, 쿠즈네초프(해군)와 합의할 것. 스탈린.]
"그래서 저희 해군은 이제 콜리마의 반혁명 세력도 보호해야 하는군요."
쿠즈네초프가 문서를 돌려주며 말했다.
"저흰 이미 배가 부족합니다."
"감히 스탈린께 그리 말하지는 말게나.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샤포시니코프가 기침을 하며 덧붙였다. "의사들이 금연 좀 하라고 했는데 끊을 수가 없구먼..."
쿠즈네초프와 샤포시니코프 원수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였다. 1939년 여름 쿠즈네초프가 해군 인민위원으로 임명됐을 당시 샤포시니코프는 유능한 사령관이 해군의 지휘봉을 잡았다고 생각하며 어린 위원을 살갑게 맞이했다. 그 이후로도 1939년 8월 소련, 영국, 프랑스 간의 군사 임무 기간이나 핀란드와의 전쟁, 총참모부 회의 또는 다차(그들의 다차는 가까웠다)에서 쿠즈네초프는 샤포시니코프를 만날 때마다 그의 따뜻하고 우호적인 지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친애하는 동지, 돌아가서 동료들과 함께 오호츠크 해 경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우리는 아직 일본인들의 음모를 모르지. 그들이 우리와 전쟁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현명한 원수님, 저라고 뭘 알 수 있겠습니까.' 쿠즈네초프가 돌아가면서 씁쓸하게 생각했다.
"레닌그라드에서 새로운 소식이 있나?" 보고서 폴더를 들고 사무실에 나타난 알라푸조프 제독에게 쿠즈네초프가 물었다.
"예, 여깄습니다..." 알라푸조프가 쿠즈네초프에게 문서 한 장을 건네주었다.
트리부츠와 군사위원회의 스미르노프가 운하를 통해 잠수함을 북방함대로 이동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했고, 해군 군사위원회는 해협을 통해 그들을 폴랴르니로 이동시킬 것을 명령한다는 내용이었다.
쿠즈네초프는 다 읽은 문서를 알라푸조프에게 돌려주며 스타브카가 잠수함을 북방함대로 보내는 것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개나 있나? 8개?"
"예, 전에 결정된 대로입니다. 아르세니 그리고예비치가 기뻐하겠군요." 알라푸조프가 웃으며 말했다.
"참모부에서 작전의 모든 세부사항들을 검토하게. 그리고 블라디미르 안토노비치, 스타브카에서 레닌그라드 방어를 위해 새로운 해병부대를 배치하도록 요구하였네. 트리부츠에게 전달했지만 아직 아무런 대답도 없군. 그에게 한번 연락해 보게나."
연락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날 트리부츠는 [모든 함선이 정박한 위치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적에게 포격을 가하면서 레닌그라드 방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최대 5,000명의 해군 장병들이 추가로 공격 부대에 배치될 수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쿠즈네초프는 제일 중요한 부분을 큰소리로 읽었다.
[그러나 전선에서 장병들을 무장시킬 장비가 없습니다. 비무장 수병의 수가 최대 만 오천 명에 달합니다. 소총 5천정을 비행기로 레닌그라드에 긴급히 보급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쿠즈네초프가 알라푸조프를 바라보았다.
"골로프코 다음엔 트리부츠까지 소총이 절실하다고 요청하고 있군...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다니, 우리 책임이 큰 것 같은데 어떤가, 블라디미르 안토노비치?"
"당신 책임도 있고, 제 책임도 있고, 이사코프의 책임도 있겠죠... 그런데 지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랍니까?" 알라푸조프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총참모부에 연락해서 소총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만약 있다면 바실렙스키가 저희를 외면하진 않겠죠..."
"아니, 내가 스탈린께 말씀드려 보겠네. 소총은 주겠지만 비행기는... 블라디미르 안토노비치, 자보론코프 장군에게 발트해로 무기를 수송할 비행기 두 대를 준비하라고 전해주게. 또 뭐가 있나?"
"골로프코 사령관이 영국 잠수함 '타이그리스'호의 승조원들이 우리 잠수함을 살펴보고 장병들을 만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잠수함은 8월 초에 북방함대와의 합동 작전을 위해 폴랴르니에 도착했다고 이미 보고드린 바 있습니다."
알라푸조프가 폴더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레브첸코 제독이 카호프카 지역에서 제9군과 아프라모프 제독 함대 간의 협력 부족에 대해 보고했습니다. 그래서.. 어딨지.. 아 여기... 옥챠브리스키 제독이 그곳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2~3일 동안 오데사에 갈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해서 허락했습니다. 오데사 상륙군을 준비하느라 동지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좋아, 보고서 파일은 놔두고 이만 가보게."
오데사에서 격전이 일어나고 있었고 도시의 운명은 쿠즈네초프뿐만 아니라 남서부 전선 총사령관인 부됸니 원수도 심히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아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과연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근 오데사의 상황에 대해 논의할 때 부됸니가 말했었다. 나중에 부됸니 장군과 포크롭스키 장군이 폴타바에서 스타브카로 전보를 보내 오데사 방어는 해병대에 맡기고 남서부 전선군은 즈나멘카-인훌 강-나콜라예프 전선으로 철수하는 것을 요청했다. 샤포시니코프 원수가 쿠즈네초프를 불러냈다.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인가?" 샤포시니코프가 쿠즈네초프를 맞이하며 물었다.
"독일군이 사방으로 밀고 들어오는데 어찌 기쁘겠습니까?" 쿠즈네초프가 앉으며 말했다.
"그래, 오데사 말이지. 부됸니 원수가 오데사 방어를 해병대에 맡길 것을 제안했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희가 할 때가 되었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리스 미하일로비치?"
"나도 찬성하네, 친애하는 동지. 다만 남서부군 병력의 철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 내 대리인 바실렙스키에게 포크롭스키 장군과 얘기해 보라고 지시하지. 그건 그렇고, 베라 니콜라예브나는 어떤가? 아프다고 들었네."
"감사합니다, 보리스 미하일로비치. 아내는 이미 다 나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맞게 이해한거라면, 부됸니 원수의 생각은 오데사에서 최대한 오래 버텨 적군의 눈을 돌리겠다는 건가요?"
"그래,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그것이 과연 실현될지가 문제지."
'오데사로 최대한 빨리 가봐야겠어.'라고 생각하며 쿠즈네초프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스타브카에 보낼 보고서를 준비하는 동안 스탈린의 부름을 받았다. 쿠즈네초프는 항상 스탈린을 만나러 갈 때마다 복잡한 양가감정에 휩싸였다. 한편으로 그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알기 위해 스타브카에 더 자주 참석하려고 노력했고, 한편으로는 해군 인민위원으로서 종종 해군 문제에 관해 스탈린과 충돌하는 것이 지치고 고단스러웠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이번에 스탈린은 놀랍도록 친근하게 굴었고, 심지어 한동안 하지 않던 악수까지 해가며 그를 맞이했다. 쿠즈네초프는 손에 파일을 들고 조용히 서있었고 스탈린은 이상하게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데사 상황이 복잡해졌네" 약간 몸을 구부린 채 그가 테이블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오데사에 가는 것을 허락받으려고 했습니다."
스탈린이 쿠즈네초프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그대를 레닌그라드로 보내고 싶네만." 스탈린이 콧수염을 부드럽게 만졌다. "내 생각에는 그곳이 자네를 더 필요로 하네... 발트함대는 기지와 섬에 흩어져있고 상황이 오데사보다 훨씬 더 복잡해."
"제 대리인인 이사코프 제독이 이미 거기에 있습니다. 그는 저보다 더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스탈린의 표정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자네의 이사코프는 우유부단하고 확고함이 부족하네. 이제 도시 방어를 위해 발트함대의 전력과 포병이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해. 클림 보로실로프가 그곳에서 혈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줬네."
"제 요청은 똑같습니다. 오데사로 가는 것을 허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스탈린 동지."
쿠즈네초프는 스탈린의 눈이 어떻게 타오르는지, 그의 얼굴이 어떻게 굳어가는지를 볼 수 있었다. 스탈린은 곧 총참모장에게 직통 전화를 걸었다.
"보리스 미하일로비치, 지금 레닌그라드는 어떤가...? 그렇군... 즈다노프가 걱정하고 있다고... 어이구, 그리 걱정해서야 되겠나. 우리가 지금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보로실로프에게 내 요청을 제대로 전달하게. 당황하지 말고 모든 적의 공격을 단호하게 격퇴하라고. 그래, 아주 단호하게. 그리고 지금 내 사무실에 쿠즈네초프가 와서 오데사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쿠즈네초프는 수화기 너머 샤포시니코프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저는 그를 레닌그라드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쿠즈네초프의 도움과 조언이 트리부츠와 보로실로프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동의하네, 보리스 미하일로비치." 스탈린이 전화를 끊었다.
'둘 다 반대했으니 페쩨르로 가야겠군.' 쿠즈네초프는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스탈린이 그를 멈춰세우고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 없는 질문을 했다.
"연합군이 군수물자 공급과 관련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있나? 골로프코 사령관과 얘기해 봤나? 화물선에 대해 자네와 그는 큰 책임이 있네..."
쿠즈네초프는 자신이 누구를 상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소련과 영국이 독일에 대항하는 공동 협정을 체결한 후, 제프리 마일스 제독이 영국 군사단을 이끌었다. 쿠즈네초프는 그와 업무적 연락을 취해 소련 해군 인민위원회와 영국 해군성이 함대의 상호 작용 문제, 작전 구역 구분, 연합군 호송대를 위한 엄호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하도록 조율했다. 쿠즈네초프는 연합군 호송대가 출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8월 말에 아르한겔스크에 도착할 것이고 모든 배를 수용할 수 있는지 두 번이나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듣고 스탈린은 무언가를 생각하며 침묵에 잠겼다. 쿠즈네초프가 다시 말했다.
"어제 영국 잠수함 '타이그리스'에 대해 물어보셨죠? 그 잠수함은 구축함 '쿠이비셰프'와 두 척의 소형 경비함의 호위 하에 저희 만으로 들어왔습니다. 함대 사령관 골로프코가 잠수함을 방문하고 함장과 이야기를 나눴으며 전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바다로 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스탈린은 웃으며 쿠즈네초프를 불쾌하게 바라봤다.
"고작 잠수함 하나를 호위하기엔 너무 화려하지 않나?" 스탈린이 계산하고 말했다. "3척? 전투를 수행할 배가 부족하다고 그리 아우성이었으면서 이런 사치를 부리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당장 그만두도록 하게!"
"예!" 그리고 쿠즈네초프는 골로프코를 위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아르세니 그리고리예비치는 러시아의 환대를 보여준 것입니다."
"환대?" 스탈린이 폭발했다. "그게 바로 러시아의 문제일세! 전선에서 우리 인민들을 죽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적에 대한 혐오와 잔인함으로 무장해도 모자랄 판에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있으니..."
쿠즈네초프는 슬픔에 잠겨 복귀했다. 마침 갈레르 제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투를 벗은 쿠즈네초프가 피곤하게 책상에 앉았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레프 미하일로비치. 알다시피 스탈린과 대화를 나누고 오느라요..."
"전 괜찮습니다..."
"어디, 함대에 군함을 보충하는 문제입니까?" 쿠즈네초프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것에 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마세요."
갈레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했다.
"대형과 중형 함선의 건조가 중단되었으며, 그들은 후방 기지로 이동하거나 도크에 보관 처리되었습니다. 니콜라예프와 키예프의 공장들, 그리고 일부 레닌그라드 근로자들이 튜멘, 소스놉스키 및 기타 강변 공장으로 대피했습니다. 저는 곧 거기서 선박 건조가 재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장에서 돌아온 갈레르가 한숨을 쉬며 마저 말했다.
"발티스키와 아드미랄테이스키 공장의 상황은 더 나빠서 걱정입니다. 그들의 기계 설비는 거의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쿠즈네초프는 갈레르의 불안에 공감하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레프 미하일로비치. 노센코 위원이 잠수함 7척, 구축함 6척, 초계함 4척, 소해함 4척을 포함한 모든 함선들이 단기간에 건조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갈레르가 중얼거렸다.
이제 쿠즈네초프의 신경은 세바스토폴로 향했다. 오랫동안 옥챠브리스키와 연락이 안 되고 있었고 그곳이 현재 어떤지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쿠즈네초프는 생각에 잠겼다가 답답해져서 창문을 열고 레브첸코 제독을 불러냈다.
"고르디 이바노비치, 자네는 흑해 함대로 급히 가야 하네."
"이미 로고프 장군이 거기 있지 않습니까?"
"그는 다른 임무가 있어. 자네는 해군의 지휘를 맡고 지상군과의 작전을 조율해야 하네. 여태까지 자네가 해오던 일이지. 나도 오데사로 가려고 했지만 레닌그라드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네."
"오데사 근처의 상황 때문입니까?"
"그래. 독일군이 코토프스크와 보즈네센스크를 점령하고 크레멘추크에 다다랐네. 키로보그라드와 크리보이로그 방향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남서부 전선군은 남부크 강으로 후퇴하고 있어. 니콜라예프에 대한 위협이 증가했으니 그곳도 방문해야 할 거야. 내가 오데사로 가는 것은 스탈린이 반대했네."
"충분히 주장하셨습니까?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스탈린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나, 고르디 이바노비치? 나는 그에 반하여 무언가를 주장하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했네. 처음에는 화가 치밀었지만, 레닌그라드가 오데사보다 상황이 힘들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 쿠즈네초프가 일어나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이제 작별 인사나 할까. 자네는 해군 부인민위원으로서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니 강력하게 행동해 주길 부탁하네."
긴장된 사흘이 지나고 마침내 레브첸코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쿠즈네초프는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듣고 기뻐할 수 있었다.
"저는 이제 그곳의 모든 길을 알고 있으니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레브첸코의 깊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병과 보병들이 완고하게 방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옥챠브리스키와 모든 문제를 논의하고 해상 상륙 작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 고르디 이바노비치. 상륙작전을 잘 준비하게. 스탈린이 오데사를 많이 걱정하고 있어. 가능한 나에게도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니콜라예프에 대해서도 잊지 말게나."
쿠즈네초프는 함대에 헌신하는 레브첸코 제독을 좋아했다. 그는 자신을 갈아가며 해군을 위해 살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농민 출신으로 크론슈타트 학교에서 공부한 레브첸코는 순양함 '팔라다'와 '아드미랄 마카로프'의 함장을 지냈다. 그가 전설적인 '아브로라'의 함장이 되었을때 그의 나이 고작 33세였다. 레브첸코의 능력은 특히 그가 발트함대 사령관이 되었을 때 두드러졌다. 그는 강철같은 손으로 함대에 질서를 바로 세웠고 함선들은 이전에 없던 어려운 항해 조건들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훈련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9세에 레브첸코는 해군 부인민위원이 되었다. 쿠즈네초프가 그를 인민위원회 위원들에게 소개하면서 말했다.
"고르디 이바노비치가 부인민위원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동지 여러분, 그를 사랑하고 존중해 주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레브첸코는 짧게 대답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함대에 바치겠습니다."
바다 위에 안개가 깔리고 쌀쌀한 아침 구축함 '샤우먄'이 오데사에 도착했다. 레브첸코와 흑해함대 군사위원회 위원 쿨라코프가 부두에 내리자 멀리서 포격 소리가 들려왔다. 경계심으로 가득 찬 레브첸코의 시선을 받은 기지사령관 주코프 소장이 그를 맞이하며 보고했다.
"현재 도시는 포위됐습니다. 쿠반카 마을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일군이 우리 방어선을 뚫었다는 말입니까?"
주코프는 해안군*과 제9군이 철수하는 틈을 노려 독일 제72보병사단이 뚫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가브릴 바실리예비치, 본부로 가서 모든 것을 논의하죠."
레브첸코와 쿨라코프는 오데사에서 하루 종일 일했다. 해안군 군사위원회와 해군 기지 사령부는 함대가 군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동지 여러분, 함대는 항공, 선박, 탄약 등 모든 방면으로 여러분들을 도울 것입니다. 스타브카는 단 하나의 명령만 내렸습니다. 우리는 가능한 오래 오데사를 방어해야 합니다!"
레프첸코 제독은 모든 것을 본 후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오데사 방어는 해군이 이끌어야 한다! 남서부 전선군은 이미 드네프르강에 있었고 그들의 지휘부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해안군을 거의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제 모든 것은 해군이 맡아야 했다. 레브첸코는 곧바로 옥챠브리스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필리프 세르게예비치, 우리는 레닌그라드 방어를 참고해 오데사 방어 지역을 만들어야 합니다."
"함대 군사위원회는 이미 해군 인민위원회에 해당 건을 제시했습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가 주코프 제독이 오데사 방어 지역의 사령관이 될 수 있는지 물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동의합니다."
둘은 도시 방어의 세부사항에 대해 좀 더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레브첸코가 말했다.
"우리는 오데사를 더 지원해야 합니다. 뜰 수 있는 모든 배를 동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필리프 세르게예비치. 해안군 군사위원회도 지원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주일 동안 오데사에 머물다 당신에게 갈 겁니다."
화창하고 조용한 아침, 쿠즈네초프의 마음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어제 스타브카에서 이루어진 스탈린과의 불쾌한 대화를 절실히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맡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했다.
그날 샤포시니코프 장군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전선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고, 몰로토프는 아르한겔스크 항구에서 연합군을 수용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진행 중인지 보고했다.
'그리고 스탈린은 내 말을 듣기를 원하지 않는군. 북극의 영웅 파파닌을 북부로 보내고 그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다니. 어찌 일이 그리 쉽겠나!' 쿠즈네초프가 원망의 시선으로 스탈린을 바라보자 그가 옆에 앉은 미코얀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나스타스, 그대는 붉은 군대가 언제 후퇴를 멈출지 모르겠지만-" 스탈린이 쿠즈네초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알아야 해. 어제 쿠즈네초프 동지가 독일군이 소련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듣지 않았다고 날 비난했네. 오늘은 과연 뭐라고 할 것 같나? 듣고 있으니 어디 말해보게, 쿠즈네초프 동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지 않나?"
쿠즈네초프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스탈린 동지, 저는 스타브카에 함대 문제를 해결하러 왔지, 비난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앉아!" 스탈린이 분노하며 말했다.
그는 쿠즈네초프에게 가까이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함대 문제를 해결하러 왔나? 파시스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문제는 누가 해결하지? 붉은 군대에 장비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누가 책임질까? 누가 군대에 탄약을 충분히 공급해야 하나? 아, 스탈린 동지에게 맡기면 되겠군? 지도자라면 모든 걸 생각해야지, 안 그런가? 아니, 동지들, 그대들은 군 지휘관이고 군대와 무기가 있으니 적을 이길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하게!"
"우리 군대가 도시에서 후퇴할 때 제 마음도 아픕니다. 왜 후퇴해야만 할까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저는 무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해군은 수류탄과 기관총은 말할 것도 없고 소총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최근 발렌티나 그리조두보바가 북방함대에 소총 1만 정을 수송해 줬습니다. 골로프코가 크게 기뻐하면서 제게 전화해 연신 감사해하더군요. 소총을 보낸 건 제가 아니라 뱌체슬라프 미하일로비치였는데 말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기가 잘 전달되었다는 것이지." 몰로토프가 서둘러 말했다. 그는 대화의 주제가 자신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리고 해군에 소총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선 쿠즈네초프 동지, 자네가 처벌을 받아야 하네!" 스탈린이 쿠즈네초프를 쏘아보며 말했다.
"왜 전쟁 전에 국방위원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
"수천 명의 수병들이 배에서 내려 땅바닥에서 싸우게 될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지옥 같은 침묵이 흘렀다.
📝 같이 읽어보기
🙍♂️ 고르디 이바노비치 레브첸코
Левченко, Гордей Иванович — Википедия
Материал из Википедии — свободной энциклопедии В Википедии есть статьи о других людях с фамилией Левченко. Горде́й Ива́нович Ле́вченко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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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반 드미트리예비치 파파닌
Папанин, Иван Дмитриевич — Википедия
Материал из Википедии — свободной энциклопедии Ива́н Дми́триевич Папа́нин (14 [26] ноября 1894, Севастополь — 30 января 1986, Москва) — советск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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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군
Приморская армия — Википедия
Материал из Википедии — свободной энциклопедии Примо́рская а́рмия, Отде́льная Примо́рская а́рмия — общевойсковое формирование (объеди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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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명은 원문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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