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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소설]

[번역/소설] 불명예스러운 제독 — 제1부 1장 (2)

by 쿠악이 2023. 12. 11.

그림작가: 이고르 라진스키

 

 

많은 일을 겪은 쿠즈네초프는 사무실로 돌아와 피곤한 기색으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러고 있자 절로 1935년 가을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쿠즈네초프가 지휘하던 순양함 '체르보나 우크라이나'가 함대 훈련에서 1위를 차지했고 흑해 함대 사령관 이반 쿠즈미치 코자노프는 쿠즈네초프를 자신의 집무실로 초대해 그의 성과를 축하해 주었다.

"이게 뭘 거 같나?" 코자노프가 종이를 팔랑거리며 물었다. 쿠즈네초프는 짐작도 가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최고의 지휘관으로 뽑힌 자네에게 적성훈장을 수여해달라고 모스크바에 요청하는 편지네!"

"그걸 축하하기엔 좀 이르지 않습니까, 이반 쿠즈미치?" 쿠즈네초프가 멋쩍게 웃었다. "상부에서 거절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딱히 상을 받으려 한 게 아닙니다..."

"언제나 그렇듯 솔직하군,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코자노프가 미소 지었다. "굳이 훈장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더 잘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지." 그리고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계속 이어 말했다. "게다가 자네는 존경받는 지휘관이니 부하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가지 않겠나." 코자노프는 담배를 피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긴 얘기를 시작했다. "스물두 살에 나는 볼가 강 부대의 지휘관이 되었네. 한창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지. 적군과 백군이 생사를 걸고 싸웠어. 육지에 상륙해서 곧바로 전투에 투입된 어느 날이었네. 나는 내 부하들에게 공격하라고 명령했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땅에 웅크린 채로 꼼짝도 못 하고 있더군. 그래서 나는 총을 들고 큰 소리로 외쳤네. '나를 따르라, 공격해라!' 그러자 병사들이 백군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네. 그때 나는 지휘관 한 명의 모범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깨달았지. 그 후 카스피해에서 원정 군단을 지휘하고 표도르 라스콜리니코프와 함께 영국 침략자들을 격파하는 등 많은 군사적 경험을 쌓았어."

적백내전 때의 일화에 쿠즈네초프가 대답했다. "1919년에 저는 열다섯 살의 나이로 북 드비나 군 함대에 자원입대했고 수병이 되기 위해 2년을 훈련했습니다. 하지만 전투에 참여하지는 못했죠. 전선에 보낼 기밀 명령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스물두 살에서야 저는 페트로그라드에 있는 해군 학교 생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내전이 끝난 후 곧바로 함대 사령관이 되신 겁니까?" 쿠즈네초프의 눈이 반짝였다.

"그럴 수야 있나!" 코자노프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내전이 끝났지만 나에겐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네. 실전 경험은 많았지만 지식이 부족했지. 그래서 24년에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고 꾸준히 공부했네. 졸업 후 함선을 몰고 싶었지만 일본에 파견되었고 귀국 후에야 운 좋게 구축함 '우리츠키'의 함장으로 임명되어 소금 맛 좀 본 뒤 31년이 되어서야 함대 사령관이 될 수 있었어."

"그때 저는 해군사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다음 해인 32년에 우등으로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해군 총사련관으로부터 코로빈 권총을 수여받았고?" 코자노프가 끼어들었다. "그 소문이 사실인가?"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새들이 퍼트리고 다니더군!" 코자노프가 농담을 하며 웃었다. "부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령관은 나쁘지. 그건 그렇고 요 전에 자네 아내 나탈리아 카지미로브나를 만났네."

"나탈리아를요?"

"그래. 부두에 아기를 데리고 자네를 찾아왔던데 자네는 이미 출항한 뒤였지. 아주 아름답더군. 많이 사랑하나?"

쿠즈네초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제 아들을 낳아준 아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코자노프는 침묵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쿠즈네초프에게 그럼 지난주 바다에서 복귀했을 때 왜 집에 안 가고 함선에서 잤는지 물었다. 코자노프의 날카로운 질문에 결국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가 고백했다.

"...사실 아내와 조금 싸웠습니다. 집에 왔을 때 나탈리아가 없어서 찾아봤더니 아들을 이웃에게 맡기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더군요. 심지어 밤늦게 귀가해서... 화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부부 싸움은 죄악이네." 코자노프가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해야지. 내 아내는 어디 부드럽나? 하! 가끔 우리도 싸우긴 하지만 결국 아내에게 양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법이야."

'그녀는 심지어 다른 남자에게 눈 돌리고 있습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는 폭발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아무튼 빨리 아내와 화해하게! 군인의 가족은 단단해야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사령관 동지." 쿠즈네초프가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코자노프는 쿠즈네초프의 '불굴의 에너지와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니콜라이는 군함 전투태세 준비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 시스템은 나중에 모든 함대에 도입되었다. 이전에는 순양함의 출항 준비가 거의 4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터빈을 비상 가열하는 방법을 통해 15~20분 만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쿠즈네초프는 포수들의 첫 번째 일제 포격으로 전투를 시작했고 이 작전행동은 곧 전 함대에 퍼지기 시작했다. 함대 사령관이 훈련 성과를 보고 그를 칭찬했을 때 쿠즈네초프는 수줍게 말했다.

"제가 영웅이라는 말은 당황스럽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들이 제 순양함을 존경하는 것은 좋은 일이겠죠."

그러나 같은 날 두셰노프 참모총장은 코자노프에게 순양함의 선원들이 훈련 중에만 훌륭하지 실전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나가듯 말했다.

"그렇습니까?" 코자노프는 깜짝 놀랐다.

때문에 11월 휴일 전날 코자노프는 순양함의 긴급 전투 준비 상태에 대한 테스트를 준비했다. 갑판에 올라 함장 쿠즈네초프 중령의 보고를 받은 그는 건조하게 말했다.

"전투 경보! 긴급 출항!" 갑작스러운 명령에 당황한 쿠즈네초프를 바라보며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전투 시뮬레이션을 통해 함선의 상태를 전체적으로 테스트 해보고 싶네."

"알겠습니다!" 쿠즈네초프가 자신 있게 외쳤다.

시끄러운 종소리가 세바스토폴 항구의 정적을 깨트렸다. 순양함이 서둘러 출항했고 짙은 푸른빛 바다는 평화로웠다. 하지만 훈련이 시작되자 북풍이 불어와 파도가 일었고 전투에 대처하는 것이 급격히 복잡해졌다. 그러나 수병들은 마치 실제 해전이 벌어진 것처럼 대처했다. 그들은 적 항공기의 공격을 격퇴하고 어뢰가 충돌해서 일어난 화재를 진압했으며 포수들은 다른 순양함이 끄는 방패를 향해 포격을 하고 명중시켰다.

"명중했다는 방패를 직접 보고 싶군." 코자노프가 쿠즈네초프를 향해 말했다.

순양함이 방패에 다가갔고 모두가 방패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코자노프는 흡족하게 함선의 포수 아르카디 스베르들로프를 불러 그와 악수를 청했다.

"첫 포격에 목표물을 명중시켰군! 훌륭하네!"

스베르들로프는 칭찬에 당황해서 횡설수설 대답했다.

"사령관 동지, 이런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저희는 반드시 이깁니다...!"

하늘에 별이 떠오르고 어두워진 시간 순양함이 복귀하고 있었다. 쿠즈네초프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코자노프의 선실로 내려갔다. 식사 중 코자노프가 쿠즈네초프에게 물었다.

"내가 왜 불시점검을 했는지 궁금하나? 글쎄, 함대 본부에서 '체르보나 우크라이나'는 훈련 때만 열심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뭔가."

"누가 그랬습니까?" 쿠즈네초프의 목소리는 분노한 것처럼 들렸다.

"알아서 뭐 하려고?" 코자노프가 웃었다. "중요한 건 내가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아니겠나."

쿠즈네초프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매우 피곤했다. 그는 1년 전에 지급받은 방 세 개짜리 집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아내 나탈리아는 깨어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아기방에 재운 후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가 남편을 보자 반갑게 일어났다.

"오늘은 배에 오래 있었네, 사랑하는 콜랴!" 나탈리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쿠즈네초프에게 다가가 모자를 벗겨주려고 했지만 부드럽게 밀려났다.

"내가 할게..." 쿠즈네초프는 모자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빅토르는 자나?"

"그럼. 얼마나 놀았는데."

테이블에 앉은 나탈리아는 언제나 그렇듯 매우 아름다웠다. 사랑스럽고 정직한 인상에 눈은 크고 검게 반짝였고 눈을 닮은 새까만 눈썹은 그녀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 그러나 때때로 그녀의 눈에는 쿠즈네초프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슬픔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어떤 식으로든 아내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틀림없었다.

"저녁은?"

"이미 먹고 와서 괜찮아." 쿠즈네초프는 소파에 앉아 손바닥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었다. "그냥 너무 피곤해... 함대가 갑자기 우릴 시험해서 하루 종일 바다에서 싸우고 왔어."

"그래서 그들이 만족했어? 누구였더라, 코자노프?" 나탈리아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 열심히 싸운 함선에 감사를 표했어. 특히 나에겐 개인적으로도."

"그게 기뻐?" 나탈리아의 눈에는 비웃음이 어려 있었다.

"바다는 내 삶이고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으니 기쁜 게 당연하지." 쿠즈네초프가 조용히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반 쿠즈미치가 당신이 매우 아름다웠다고 말해주던데."

"그랬겠지!" 나탈리아가 외쳤다. "난 별로였어. 눈은 일본인처럼 생겨서는. 당신을 보려고 부두에 갔는데 이미 출항했다고 경비원이 말해줘서 돌아가려고 했을 때 차 한 대가 왔고 거기서 이반 쿠즈미치가 내렸어. 그는 예의 바르게 내가 누구인지, 왜 왔는지 묻다가 글쎄 내가 명화에서 탈출한 거냐고 농담까지 던졌다니까. 당신 해군들은 참 재밌는 거 같아."

"나는 그를 좋아해." 쿠즈네초프가 말했다. "그는 영리하고 대화하기 쉽고 존경받는 사람이야…."

조간신문이 순양함에 배달됐다. 쿠즈네초프가 신문을 보려고 펼치자 큰 헤드라인 '대령'이란 단어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쿠즈네초프는 단숨에 기사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고 '전 세계 모든 바다를 통틀어 최연소로 대령이 된 니콜라이 쿠즈네초프'라는 게 내용이었다.

"기사에 틀린 부분이 있나?" 코자노프가 쿠즈네초프에게 다가와 싱글벙글 물었다.

"아뇨…." 쿠즈네초프는 당황스러웠다. 그는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제 나탈리아는 자네가 대령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뻐서 키스를 퍼부어주겠지."

"과연 그럴까요, 이반 쿠즈미치" 쿠즈네초프가 슬프게 말했다.

"왜 그런가?"

"저는 또 그녀와 다퉜고 이번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쿠즈네초프는 한동안 침묵하다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그녀가 누군가와 매우 친밀하게 통화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게 뭐..?" 코차노프가 웃었다. "그녀는 친구나 지인을 가질 수도 없나? 세상에, 쿠즈네초프! 질투에 눈이 멀었군!"

3달이 지나 1936년 2월. 붉은 군대의 날을 앞두고 쿠즈네초프는 기관사인 친구 니콜라이 프로흐바틸로프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니콜라쉬카, 여행 준비는 끝났나?"

"무슨 여행?"

"어제 부함장이 말해주지 않았나? 자네는 적성훈장을 받았고 나는 명예훈장을 받았네. 훈장을 받을 흑해 해군들은 내일 모스크바로 가야 하고."

"부함장을 보지도 못했어. 어쨌든 알려줘서 고맙네"

쿠즈네초프가 전화를 끊자 나탈리아가 물었다.

"프로흐바틸로프가 뭐라고 했어?"

"내일 저녁에 훈장을 받으러 그와 모스크바로 가야 해."

"오 콜랴, 그럼 같이 가자!" 나탈리아가 신나게 외쳤다. "모스크바를 둘러보고, 붉은 광장을 걷고, 크렘린을 보고 싶어. 저녁엔 함께 볼쇼이 극장도 가고! 어때?"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나타샤." 쿠즈네초프가 말했다. "내 휴가 때 당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어. 굳이 지금이 아니어도. 응?"

남편의 부드러운 거절에 나탈리아는 슬퍼졌다.

"그래, 당신 마음대로 해."

2월 17일 크렘린궁에서 훈장이 수여됐다. 수도에는 눈이 내렸고 거리는 온통 흰색으로 덮여졌다. 해군들이 도착했을 때는 폭풍우가 눈보라를 일으키며 대지를 휩쓸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폭풍이 잦아들고 하늘에 구름이 걷혀 별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수훈자들은 소련 중앙 집행위원회 위원장 미하일 이바노비치 칼리닌에게 안내받았다. 그는 유쾌한 성격이었고 그의 회색 수염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으며 눈은 웃음으로 반짝였다. 그는 간결하게 말했지만 수훈자들의 영혼을 움직이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만 골라 하는 재능이 있었다.

"순양함 '체르보나 우크라이나'의 함장인가?" 칼리닌이 쿠즈네초프에게 훈장을 건네며 물었다. "스탈린 동지와 세르고 오르조니키제가 자네 함선을 방문했을 때 크게 칭찬했었네. 자네 함선은 해군에서 최고야, 자네가 이 상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네." 그는 쿠즈네초프에게 적성훈장을 수여했다.

"소련을 위해 복무할 뿐입니다."

저녁에 해군들은 볼쇼이 극장에 갔다. 쿠즈네초프와 프로흐바틸로프는 박스석에 자리할 수 있었다. '스페이드의 여왕'이 연주되었다.

"니콜라이, 벌써 배가 그립네." 쿠즈네초프가 친구에게 칭얼거렸다.

"그리고 이쁜 아내도 그립지?" 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일 바로 세바스토폴로 갈 거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게…."

기차가 세바스토폴에 도착했을 땐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날씨도 쌀쌀했다. 해변 근처에서는 바다가 요동치고 철썩이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쿠즈네초프는 배애 들르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열쇠로 집의 문을 열자 안은 텅 비어있었다. 온 방을 둘러봤지만 아내도 없고 아들도 없었다. 쿠즈네초프는 아내가 이 시간에 어딜 갔는지 의문이 들었다. 급하게 간식으로 허기를 채운 그는 마당으로 나갔다. 어두운 밤에 바다와 하늘의 별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탈리아는 어디로 간 거지? 쿠즈네초프는 곧 그녀가 친구 카티와 함께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녀는 최근 구축함 '젤레즈냐코프'의 항해사였던 남편과 헤어졌고 아이는 없는 나탈리아의 친구였다. 카티는 현재 살고 있는 공군 캠프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지만 이것까지 쿠즈네초프가 알진 못했다.

니콜라이는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마음속에서 불쾌한 한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힐끗 쳐다보니 12시 반이 지나고 있었지만 나탈리아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쿠즈네초프는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소파에 누웠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는 마당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음에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가보니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는 차가 돌아서서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기다리니 곧 도어록이 울리고 나탈리아가 아들을 품에 안고 집으로 들아왔다.

"콜랴, 벌써 왔어?" 쿠즈네초프를 보고 놀란 나탈리아는 당황하며 물었다. "비투냐(빅토르의 애칭) 좀 데리고 들어가. 잠들었으니 조심해."

잠든 아들을 침대에 내려놓은 쿠즈네초프가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카티네 집에." 나탈리아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으며 대답했다. "오늘이 카티의 생일이었어… 돌아온 지 얼마나 됐어? 모스크바에서 전화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의 목소리에 점점 분노가 깃들었다. "여행은 어땠어? 훈장은 잘 받았고? 어디 봐봐…."

"재킷에 있어."

나탈리아는 훈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말했다.

"축하해, 콜렌카. 아내보다 바다와 배를 더 사랑하는데 안 받는 게 이상하지! 안 그래?!"

나탈리아는 이제 쿠즈네초프가 화를 내면서 늦게 귀가한 것에 대해 문책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는 그저 조용히 물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집까진 어떻게 왔어?"

"아는 공군 파일럿이 태워다 줬어."

"그 사람이 당신 친구인가?"

"내 친구가 아니라 카티의 친구야." 나탈리아는 일어나서 방을 돌아다니며 신경질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지금 설마 질투하는 거야?"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가 웃었다.

"내가 왜 질투를 하겠어? 질투는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못된 감정인데."

그녀의 얇은 입술에 비웃음이 어렸다. 나탈리아는 남편에게 다가가 그의 뺨에 키스했다.

"훈장 축하해. 곧 당신의 자랑스러운 가슴에 새로운 메달들이 주렁주렁 달리겠지... 이제 잘 테니까 깨우지 말아 줘. 너무 피곤하네." 그러곤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쿠즈네초프는 소파에 누워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일찍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새 눈이 내렸고 모든 것이 하얗게 변했다. 그는 출근하러 나가기 전에 나탈리아와 다시 대화하고 싶어 침실 문을 두드리면서 깼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결국 조용히 옷을 입고 집을 떠났다.

순양함은 일주일 내내 바다에 나갔고 그 기간 동안 쿠즈네초프는 혼란스러웠다. 아내와의 다툼, 그녀와의 대화에서 쌓인 오해, 경멸스러운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나탈리아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다. 이건 결코 질투에 그녀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탈리아는 나를 사랑하나?' 쿠즈네초프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등 뒤로 오한이 흘렀다.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왜 나와 결혼해서 빅토르를 낳았겠어? 내가 그녀를 실망시킨 걸까? 아니, 솔직해지자.' 그리고 그는 뼈아픈 결론에 도달했다. '그녀에게 남자가 생긴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왜 나랑 계속 싸우겠어. 임무가 끝나고 돌아가면 나탈리아와 솔직하게 얘기해 봐야지….'

그리고 순양함은 여드레까지 기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쿠즈네초프는 부함장을 불러내 말했다.

"자네는 이제 이 순양함의 책임자네. 나는 잠시 지상에 다녀올 테니 내가 어디 있냐고 물으면 집이라고 보고하게."

쿠즈네초프가 육지에 가기 위해 보트에 오르고 있을 때 니콜라이 프로흐바틸로프가 다가왔다.

"오늘 우리 집에 저녁 먹으러 오게나. 훈장 좀 씻어야지.*"

(훈장 씻기: 소련군과 러시아군에는 훈장을 받으면 보드카를 따른 컵에 훈장을 넣고, 수훈자가 축하를 받으며 그 보드카를 끝까지 다 마셔야 훈장을 달 수 있는 비공식적인 전통이 있다고 한다.)

"일단 보트에 타게, 오늘은 우리 집에서 먹고 다음에 자네 집에서 먹지. 어떤가?"

그리고 그날이 바로 날이었다.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프로흐바틸로프는 이날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날 저녁 쿠즈네초프의 집에는 나탈리아의 초대를 받은 이름 모를 낯선 파일럿이 있었고 그는 마치 나탈리아에게 구애하는 것처럼 굴었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 춤을 추고 와인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고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 쿠즈네초프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는 갑자기 일어나 말없이 떠날 준비를 했다. 쿠즈네초프가 그렇게 집을 나서고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라고 말했기 때문에 프로흐바틸로프는 불쌍한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아내와 딸이 요양원에 가 집이 비어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프로흐바틸로프는 쿠즈네초프와 함께 그날 밤을 보냈고 아침에는 평소처럼 깃발 게양 시간에 맞춰 배로 출근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했지만 민감한 문제라고 생각해 쿠즈네초프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쿠즈네초프는 그 이후로 한 번도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나탈리아는 남편이 바다에 나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열렬한 구혼자를 집으로 초대했다. 두 니콜라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쿠즈네초프는 이 낯선 파일럿이 누구인지, 왜 왔는지 묻지 않았다. 테이블이 이미 세팅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신 그는 쾌활하게 말했다.

"앉게나, 니콜라이. 다 같이 한잔하지!"

그리고 쿠즈네초프는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파일럿을 곁눈질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나탈리아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 대화를 시작했다.

"저 파일럿 대체 누구야?" 아플 정도로 손을 꽉 잡았지만 나탈리아는 침묵했다.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물어볼 거야."

"나는 그를 사랑해." 나탈리아는 얼굴을 숙이며 속삭였다. "그도 날 사랑하고…."

쿠즈네초프는 크게 충격받았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어?"

"당신이 결정해."

"뭘 결정해? 우린 이제 함께 할 수 없어, 나탈리아!" 쿠즈네초프의 목소리가 떨리면서 끊어졌다. "이번 임무가 끝나면 이혼을 신청하지…."

일주일 내내 쿠즈네초프는 육지에 가지 않았다. 그의 아들 빅토르가 그리웠다. 그날 저녁 쿠즈네초프는 아들에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했고 그것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 8월 중순 순양함 여단은 세바스토폴을 떠나 이틀간의 훈련 끝에 예프파토리야 부두에 닻을 내렸다. 함대 사령관 코자노프는 여전히 순양함 '체르보나 우크라이나'에 깃발을 달았다. 그와 함대 참모 총장 콘스탄틴 두셰노프는 훈련에서 매우 까다로웠지만 순양함 지휘관 쿠즈네초프에 대해 불만은 없었다. 코자노프는 점심을 먹으면서 순양함 승조원들의 행동에 만족했다고 칭찬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라고 두셰노프가 말했다. "이반 쿠즈미치, 체르보나 우크라이나의 지휘관에게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당신이 옳았습니다."

"흠, 이제 그런 건 자제해야 할 것 같군요." 코자노프가 말했다.

쿠즈네초프는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령관 동지." 두셰노프는 대화의 흐름을 잡지 못했다. "이번에도 순양함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지 않습니까?"

"그 말이 아닙니다, 콘스탄틴 이바노비치. 우리 쿠즈네초프의 가족이 찢어졌고 그게 참 가슴을 아프게 하지 뭡니까."

"가족이 찢어졌다뇨?" 두셰노프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는 여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있고 곧 아내와 이혼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게 과연 '훌륭한 지휘관'에 어울리는 행동일까요?"

세 사람은 같은 방에 있었고 쿠즈네초프는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

"이건 제 사적인 일입니다." 쿠즈네초프가 결국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은 제 임무 수행 능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아니지." 코자노프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니콜라이, 난 정말로 자네가 곤경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네. 그러니 가족 좀 잘 돌보게나. 아내가 실수를 했으면 바로잡도록 도와줘야지 이혼이 뭔가."

"사령관 동지! 간청하건대…." 쿠즈네초프가 벌떡 일어나 말했고 생각보다 목소리가 너무 크게 나와 잠시 멈췄다. 진정하고 적절한 단어들을 생각한 그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마저 이어 말했다. "나탈리아의 배신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흥분하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하게." 코자노프는 끝까지 그에게 조언했다.

다음날에도 훈련은 계속되었다. 아침에 '체르보나 우크라이나'함은 예인선으로부터 방패를 인수받고 (순양함 '크라스니 캅카스'가 주포를 발사할 방패) 지정된 지점으로 이동하여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즈네초프는 스톱워치를 들고 조타실에 서 있었는데 안개가 바다를 감싸고 바람이 불었지만 파도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발사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측정기에서 수평선에 배의 돛대가 나타났다고 보고하자 순양함은 발포를 시작했고 몇 초 만에 쿠즈네초프는 쌍안경을 통해 '크라스니 캅카스'의 포탄이 방패에 명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첫 포탄에 목표물 명중!" 쿠즈네초프가 외쳤다.

근처에 서 있던 코자노프도 쌍안경을 통해 방패에 약간의 구멍이 생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쿠즈네초프에게 향했다.

"이제 자네들이 쏠 차례군! 실망시키지 않겠지?" 코자노프가 미소 지었다.

"실망하실 일 없을 겁니다, 함대 사령관 동지."

"그래, 그래."

목표물을 뒤에 매단 비행기가 하늘 높이 나타났다. 함선의 대공포 사수들은 순식간에 발포 준비를 마쳤고 즉시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쿠즈네초프는 목표물 근처에서 포탄들이 하얗게 터지는 것을 지켜봤다. 조금만 더, 더.. 얼마 안 가 마침내 목표물이 격추됐다. 임무를 마친 비행기가 비행장으로 돌아가면서 훈련의 끝을 알렸다.

"따로 할 말이 없군, 훌륭한 대공포 사수들이야!" 코자노프가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으로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주게."

"예!" 쿠즈네초프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순양함들은 예프파토리야 부두로 복귀하고 있었다. 고요한 바다 위로 밤하늘이 드리우고 해안은 불빛으로 반짝였다. 코자노프는 쿠즈네초프를 선실로 부르고 하선하기 위해 배를 사다리 가까이에 대도록 명령했다.

"잠시 함대 본부에 갔다 오겠네." 코자노프가 중얼거리면서 말했다. "두셰노프가 순양함 여단을 계속 지휘할걸세. 아침까진 다시 돌아올 테니 그리 알게나."

"질문이 있습니다…."

쿠즈네초프가 머뭇거리자 코자노프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말해보게."

"제 아내를 또 만나셨습니까?"

"그럼.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그녀와 아주 즐겁게 대화를 나눴네."

"그녀가 뭘 원하던가요?"

"뭐겠나, 자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지. 나는 그녀에게 자네랑 둘이 해결할 일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어떤가? 화해하겠나?"

"절대 못합니다!" 쿠즈네초프의 답은 바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내 아들… 이반 쿠즈미치, 제 아들은 제가 키울 겁니다."

그리고 쿠즈네초프는 순양함 '체르보나 우크라이나'를 떠나 세바스토폴과도 작별하리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침에 코자노프에게 모스크바로 오라는 전보를 받았지만 이유는 적혀있지 않았다. 누락된 건가? 순양함이 세바스토폴만에 정박하자마자 쿠즈네초프는 자신을 위한 저녁 열차표가 예약되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여전히 모스크바에 왜 오라고 하는지 사유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쿠즈네초프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일단 코자노프를 만나 알아내자고 결심했다.

배가 그라프스카야 부두에 도착했고 쿠즈네초프는 빠르게 함대 본부로 향했다. 코자노프는 훈련을 준비하며 지도를 보고 있다가 쿠즈네초프를 보자마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짐은 다 쌌나?" 그가 물었다. "가족들은 만나봤고?"

"저는 나탈리아와 이혼했고 그에 대한 문서도 있습니다. 여기 보여드리죠."

쿠즈네초프가 재킷 주머니에서 문서를 꺼내려 하자 코자노프가 말렸다.

"에이, 됐네." 코자노프는 천천히 방 안을 걸어 다녔다. "자네가 해군 사령부에 소환된 이유를 알고 있나?"

"아니요, 사령관 동지. 부디 알려주십시오."

"사실 나도 모르네." 코자노프가 웃었다. "나도 올로프 해군 총사령관에게 받은 명령일세. 딱히 그에게 이유까지 묻진 않았지. 가서 알아보게나."

모스크바로 간 쿠즈네초프가 인민위원회 국장 우리츠키를 만나고서야 수수께끼는 풀렸다. 우리츠키는 키가 작고 얼굴이 갸름하고 눈은 회색이었으며 군복은 잘 맞았고 부츠는 눈부신 광택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차 좀 들겠나? 민트 사탕도 있고 케이크도 있네." 우리츠키가 여유롭게 차를 권했다.

"셰몬 페트로비치, 지금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먼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쿠즈네초프가 난처하게 물었다.

"아, 그렇지!" 우리츠키는 얼굴이 약간 붉어질 정도로 당황했지만 배려심 넘치는 조용한 목소리로 답해줬다. "자네가 그렇게 조급한 줄 몰랐네. 좋아, 자네는 스페인 해군 무관 겸 해군 수석 고문으로 임명됐네. 이해되나?" 우리츠키가 부드럽게 웃었다. "아시다시피 스페인은 내전 중이네. 그리고 매우 덥고! 프랑코가 독일과 프랑스를 등에 업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목을 조르고 있지. 공화국이 불타고 있지만 우린 자원봉사자밖에 보낼 수 없네. 그러니 자네의 역할이 매우 커. 원한다면 거부해도 되네. 로젠버그 대사가 이미 마드리드에 가있고 고레프 군사 무관이…"

"가겠습니다!" 쿠즈네초프는 못 참고 결국 끼어들어 대답했다.

"오, 좋네 그럼.. 차나 한잔 마시면서 자세히 얘기해 볼까…."

 

 


📝 같이 읽어보기

 

🙍‍♂️ 이반 쿠즈미치 코자노프

1931-1937 흑해 함대 사령관.

1937년 10월 5일에 체포되어 1938년 8월 22에 파시스트 음모 가담 혐의로 총살당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 두 번 결혼한 니콜라이 쿠즈네초프 제독

쿠즈네초프는 이혼 후 재혼한 아내 베라 니콜라예브나와 남은 한 평생을 살았다.

자녀로는 첫 번째 아내 사이에서 얻은 장남 빅토르(1932)와 베라 사이에서 얻은 두 아들 니콜라이(1940), 블라디미르(1946)를 두었다.

첫 번째 아내가 누구인지, 이혼 사유가 무엇인지는 실제로 밝혀진 바 없다.

 

우연히 나는 쿠즈네초프의 보고서에 쓰일 그래픽 자료를 디자인 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작업하는 동안 우리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같은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일이 끝나면 항상 쿠즈네초프와 함께 집까지 걸어갔다. 당시 그는 모스크바를 잘 몰랐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아르바트 광장을 보여주고 스몰렌스카야 광장으로 가는 골목길에 대해 이야기해 줬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우리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중략)

쿠즈네초프의 모스크바 출장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는 떠나기 전날 저녁 내 집에서 와서 작별 인사를 건네며 "나와 함께 가주시겠습니까?"라고 고백했다.

"지금 저를 놀리시는 건가요? 아직 당신을 잘 모르지만 당신에게 이미 아들이 있다는 건 알아요."

내가 화를 내면서 답하자 쿠즈네초프는 당황스러워하며 내 손을 꽉 쥐고 손안에 무언가를 밀어넣으며 대답했다.

"나는 내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지만, 아들이 우리 사이에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집에 와 손바닥을 펼쳐보니 쿠즈네초프가 스페인으로 떠나기 1년 전인 1935년 여름에 작성된 이혼 증명서가 있었다.

ㅡ 베라 니콜라예브나 쿠즈네초바, 책 [해군 사령관 - 저자 라이사 바실리예브나 쿠즈네초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