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번역/소설]

[번역/소설] 불명예스러운 제독 — 제1부 1장 (4)

by 쿠악이 2023. 12. 11.

그림작가: 이고르 라진스키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유럽이 전쟁에 휩싸이고 나치 독일이 곧 소련한테도 총구를 겨눌 것이라는 게 분명 해지고 있었다. 쿠즈네초프는 히틀러가 소련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쿠즈네초프는 해군 참모총장 갈레르를 불러냈다.

"함대를 둘러보고 왔는데 의논할 것이 많아 보였습니다, 레프 미하일로비치. 해군의 날이라는 중대한 일을 해냈으니 이제 다른 일들도 처리해야 할 때입니다. 스탈린 동지께서 젊은 해군 인민위원을 총애하고 있으니 최대한 그것을 활용해 보는 게 좋겠죠." 쿠즈네초프가 웃으면서 농담을 덧붙였다.

갈레르의 붉은 콧수염에 호선이 그려졌다.

"급한 것들부터 해결하죠."

그들은 늘어가는 해상 사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군사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주요 원인이 무엇입니까?"

"함선 관리 지침의 요구 사항을 위반한 지휘관들의 실수입니다. 항해 규칙이 곳곳에서 위반되고 있습니다."

"사고를 일으킨 지휘관들을 재판에 회부해야 합니다." 해군 부인민위원 이사코프가 주장했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지휘관을 재판에 회부해야겠군요." 갈레르가 쿠즈네초프와 이사코프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거의 모든 지휘관이 그 모양이라는 말입니까?" 이사코프가 비웃었다.

갈레르가 답하기 전에 쿠즈네초프가 끼어들었다.

"이반 스테파노비치. 많은 지휘관들이 함선을 운영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처벌하는 대신 가르쳐야 합니다. 계급과 업적을 따지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끈질기게 가르쳐야만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안 그렇습니까?"

"글쎄요,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우리는 부모가 아니고 그들도 아이가 아닙니다. ...지휘관들에게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럼 이제 훈련 문제를 논의하죠."

이사코프의 입이 다시 열리려 하자 쿠즈네초프가 재빨리 마저 말했다.

"물론 지휘관이 적을 공격하기 위해 무리하게 기동하면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무모한 지휘관들은 엄중히 조사받고 재판에 회부돼야 할 것입니다."

마침내 이사코프가 얌전해졌고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면서 회의가 진행됐다. 다음날 갈레르가 해상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지침 초안을 쿠즈네초프에게 제출했다.

"효율적이고 훌륭합니다. 한 번 더 자세히 검토해 보고 서명하죠." 쿠즈네초프가 만족스럽게 서류를 넘기면서 말했다. "이제 함선, 편대, 대대의 지휘관 후보들을 검증하고 지휘 통제 인력들의 훈련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하는데 생각해둔 거라도 있습니까?"

'서른다섯 살에 불과한 젊은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군.' 갈레르가 쿠즈네초프를 인상깊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몇 가지 생각한 게 있습니다만..."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추가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탈린 동지가 우리를 지지하시느냐가 제일 관건입니다."

"일단 말해보시죠." 니콜라이가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롭게 웃었다.

"예, 그럼..." 갈레르는 순간 의기소침해진 것에 대해 얼굴을 붉혔다. 그는 작성해 온 노트를 펼치고 침착하게 발표를 시작했다. "함대에 연중 전투 훈련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5년 복무가 도입됐고 고급 인력의 유입이 증가했습니다. 이 인력들을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겨울은 우리 해군들에게 그다지 방해되지도 않으니 문제 될 것도 없습니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만 한다면 함대와 소함대의 전투 준비 태세를 언제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쿠즈네초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레프 미하일로비치, 사실 나는 이 안건에 대해 이미 즈다노프와 얘기했습니다. 스탈린의 승인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이미 서기장 동지께 요청할 사항이 한가득 쌓여 있어서 미루는 중이었습니다."

"미루다니? 이건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업이야,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갈레르는 자신의 큰 목소리에 놀라 멈칫했다. "... 아무튼, 미루거나 짱박아두거나 해야 할 안건이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밤 스탈린에게 가서 말하죠. 해군 참모총장이 주도한 안건이라고 말할 텐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원하시다면 함께 가서 서기장 동지를 설득하죠."

그날 밤 쿠즈네초프는 혼자 스탈린에게 해당 안건을 전달했고 스탈린의 반응은 예상보다 놀라웠다.

"좋아. 기본 예산에 전투 훈련에 대한 비용도 추가하게. 돈은 필요한 만큼 주도록 하지. 그러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훈련이 유용했는지 확인해 볼 것임을 잊지 말게. 장교의 힘은 능력도 부하도 아닌, 매일매일의 일관된 엄격한 태도에 달려있지."

"또한 지휘관은 무엇보다도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쿠즈네초프가 덧붙였다.

"아주 좋아."

곧 쿠즈네초프는 함대와 부대에 다음과 같은 지침을 보냈다. [1940년부터 함대의 전투훈련은 전시를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기간을 두지 않고 연중무휴로 실시한다.]

"해냈군요,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쿠즈네초프가 서명한 문서를 보고 갈레르가 뛸 듯이 기뻐했다.

"레프 미하일로비치, 이제 우리는 장병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힘든 시련에 대비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나히모프의 명언을 기억하십니까? '모든 이의 삶은 조국에 속하며, 조국을 이롭게 하는 것은 잔재주가 아닌 진정한 용기이다.'"

갈레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히모프가 세바스토폴에서 얼마나 용맹했는지 얘기했다.

쿠즈네초프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선박 기술 연구 및 사용에 대한 지침서는 아직입니까?"

"저는 다 작성했지만 이사코프가 아직입니다."

"서두르세요." 쿠즈네초프가 무릎을 치며 일어났다. "전 한동안 함선, 특히 잠수함 건조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해서 바쁠 겁니다."

쿠즈네초프는 넘쳐나는 해군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목록에 무언가를 올리고 무언가를 지워나갔다. 그는 해군을 담당하는 중앙 군사위원회 위원 즈다노프에게 어느 정도 의지하고 싶었지만 그는 결코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고 스탈린의 요청 건에만 간간히 도움을 주었다.

"움츠러들지 말게." 쿠즈네초프가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하자 부됸니 원수가 말했다. "해군 인민위원인 자네만이 전쟁에 대비해 함대를 준비시킬 책임이 있네. 정 힘들면 스탈린께 가서 말하지 그러나? 아니면 국방 인민위원회가 도와주길 원하나? 순진한 생각 그만두게 니콜라이. 나도 자네를 도울 수 없어. 해군은 오직 자네와 서기장 동지의 손에 달렸네!"

부됸니의 말이 맞았다. 주코프는 훗날 국방 인민위원회는 '육군에만 집중하느라 해군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쿠즈네초프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고 전쟁에 함대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1940년 6월, 소련 인민위원회는 갈레르와 이사코프를 제독으로 진급시켰다. 쿠즈네초프에게 소련 인민위원 평의회 의장 몰로토프로부터 축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과 제독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합니다. 새로운 제독들이 더 열심히 해군을 위해 일하는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뱌체슬라프 미하일로비치. 붉은 함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쿠즈네초프는 스탈린의 호출로 크렘린으로 향했다.

"발트 함대가 이번에 훈련을 한다지. 즈다노프가 나에게 참관해 보라고 제안해서 그러겠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해군 인민위원인 쿠즈네초프 동지의 허락을 아직 못 받았지 뭔가." 스탈린이 눈을 반짝이면서 쿠즈네초프를 바라봤다.

"스탈린 동지. 발트해에 와주신다면 정말 영광일 것입니다! 저는 동지가 제 순양함 '체르보나 우크라이나'에 방문해 주셨던 것을 항상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쿠즈네초프는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능숙하게 대답했다.

"너무 고민도 안 하고 허락해 주는 거 아닌가?" 스탈린이 콧수염을 씰룩거리면서 웃었다. "그래, 나도 가고 싶지만 불행히도 시간이 없어서 못 갈 것 같네. 대신 안드레이 알렉산드로비치가 갈 테니 알아두게나. 다 끝나고 보고하러 오면 경청해서 들어보겠네."

빈말이 틀림없었다. 쿠즈네초프는 스탈린이 보고를 들을 시간따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쟁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고 모두의 신경이 온통 그쪽에 쏠리고 있었다.

쿠즈네초프는 훈련 때문에 며칠 동안 발트해에 머물다가 밤늦게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그의 아내가 뺨에 뽀뽀를 해주며 기쁘게 반겼다.

그러다 갑자기 침대 옆 탁자에서 전화가 울렸다. 쿠즈네초프는 전화를 받고 놀라서 수화기를 거의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다름 아닌 스탈린으로부터의 전화였다.

"발트해에서 잘 돌아왔나? 기다리고 있네…."

쿠즈네초프는 서둘러 옷을 입고 뛰쳐나갔다.

놀랍게도 스탈린의 옆에는 즈다노프도 있었다. 그들은 차와 와인을 마시며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다 쿠즈네초프가 도착하자 친절하게 테이블로 초대했다.

"앉게나, 우리 젊은 위원. 훈련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말해보게. 안드레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잠수함이 자네가 탄 함선을 성공적으로 공격했다고 만족해하더군. 농담이겠지? 뭐하나, 앉아서 차랑 샌드위치 좀 들게."

"감사합니다만 집에서 이미 저녁을 먹고 왔습니다. 서서 보고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겠습니다…." 쿠즈네초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드레이 자네, 해군 인민위원이 독수리 같다고 표현하지 않았나? 얼마나 겸손한지 좀 보게."

쿠즈네초프가 얼굴을 붉혔다.

그러던 중 문이 열리고 몰로토프가 방에 들어왔다.

"들어가도 될까요, 이오시프?"

"이미 들어와놓고 뭘 묻나? 앉게, 발트해 훈련에 대해 들으려고 하던 참이니. 자 편히 말해보게, 니콜라이 게라시모비치…."

쿠즈네초프는 크렘린으로 가는 길에 이미 예상 질문들과 할 말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천천히 자신 있게 보고할 수 있었다. 그는 활약한 구축함과 잠수함의 이름과 지휘관들을 하나하나 언급하고 훈련 중 어떠한 사고나 고장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훈련으로 발트함대의 모든 함선들이 문제없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게 다인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스탈린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아니요, 스탈린 동지. 물론 반성해야 할 점도 많았습니다." 쿠즈네초프가 당황하면서 말했다. "훈련에 참여한 함대의 행동을 자세한 분석한 결과 정찰력이 약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함선들이 훌륭하게 기동했지만 항상 그런 기동력을 보여주는 건 아니였고 화재에 취약했습니다. 잠수함들은…." 쿠즈네초프는 스탈린을 흘끗 살피고 마저 말했다. "잠수함 중 하나가 부두로 침투하여 정박 중인 배를 공격하고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모두 적절한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했지만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 지휘관의 주도권이 방해받기도 했습니다."

"3일간의 훈련에서 어떤 부대가 제일 우수했나? 그 부대가 전쟁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스탈린이 물었다.

"단연코 '잠수함과 구축함'입니다. 특히 잠수함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쿠즈네초프가 고민 없이 답했다.

"제가 말했죠,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즈다노프가 으쓱이며 말했다.

"들었나, 뱌체슬라프?" 스탈린이 몰로토프를 바라봤다.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게. 잠수함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그러면 쿠즈네초프 동지도 더 이상 건조 문제로 우리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말이야." 스탈린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쿠즈네초프에게 말했다. "이제 뭘 할 생각인가?"

"해군 군사위원회 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지난 훈련의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내년 목표와 과제를 정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어 즈다노프 동지를 회의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동지의 제안과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네." 스탈린이 몰로토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즈다노프 동지가 해군을 책임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아주 바빠지겠구먼."

쿠즈네초프 제독은 1940년 12월 10일에 열린 해군 군사위원회 회의에서 '해군은 항시 경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강조하며 "국가동원은 이제 우리 군인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약자들이 당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라고 말했다. 즈다노프가 젊은 해군 인민위원을 향해 이렇게까지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는 쿠즈네초프를 불러 말했다.

"적들의 방식을 이해하고 대책을 찾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하네. 그리고 오늘날 잠수함이 완전히 실용적인 전투 무기가 됐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지. 스탈린 동지를 만나 회의에서 논의된 모든 안건들에 대해 보고하겠네. 그건 그렇고 북방함대는 또 언제 방문할 건가? 골로프코 제독이 당장 함선이 필요하다고 아주 불만이 많네. 하긴 북부 영해가 어지간히 넓어야지."

"예, 수천 마일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입니다. 33년에 했던 것처럼 일부 함선을 발트해에서 옮겨야 할 것입니다. 골로프코 제독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9월 말에 북방함대로 가서 그와 의논해 볼 예정입니다."

"알겠네." 즈다노프는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레닌그라드에서 이사코프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학식 있고 강한 의지를 가진 제독이더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갑자기 말입니까?"

"그는 부인민위원 아닌가. 많이 알아두는게 좋지."

쿠즈네초프는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 숨기고 있군요, 안드레이 알렉산드로비치.'

"말씀대로 이사코프는 훌륭한 제독입니다." 쿠즈네초프가 즈다노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며 말했다. 답을 들은 즈다노프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 같았지만 표정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를 발트해로 데려가고 싶어서 그러시는 겁니까?"

"아니! 전혀 아닐세!" 즈다노프가 깜짝 놀라 동요하면서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그건 강등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리고 트리부츠도 나쁘지 않은 제독이네."

쿠즈네초프의 북방함대 방문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북방함대를 책임지는 골로프코 제독은 밝고 활기찬 사람이었고 함대를 강화시키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에 쿠즈네초프에게 이것저것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새로 해군 기지를 건설하고 해안이 포대로 덮여 있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바다에서 싸워야 합니다! 무엇으로요? 함선이 고작 몇 척뿐인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습니까? 적어도 구축함 5~7척과 잠수함 12척이 필요합니다. 어뢰정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우린 정말 가진 게 없습니다, 동지."

"그래서 그것들을 어디에 둘 건가? 여기엔 충분한 정박지가 없고 바옌가(현 셰베로모르스크)의 해군 기지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네. 아르세니 그리고리예비치, 걱정 말게나. 북방함대는 어느 곳보다 잠수함이 많네."

"이대로라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알겠네.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보지. 이제 괜찮다면 함선과 해안 시설, 군수 창고를 살펴보고 바다로 나가보고 싶은데 괜찮겠나?"

"좋습니다, 인민위원 동지. 준비는 다 됐습니다. 파도는 잔잔하고 날씨도 좋습니다." 골로프코가 옷을 챙겨 입으며 말했다.

쿠즈네초프는 아침 일찍 무르만스크를 떠나기로 했다. 밤새 날씨가 바뀌어 찬바람이 불고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해 보니 모스크바는 따뜻하고 조용하다고 말했다. 골로프코가 쿠즈네초프를 배웅하면서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

"차를 마시면서 먹은 연어 파이를 좋아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가져가서 데우시기만 하면 될 겁니다."

"아르세니 그리고리예비치, 연어 파이로 나를 회유하는 건가?" 쿠즈네초프가 웃으면서 상자를 받아들었다. "이런다고 일부러 좋게 말해주진 않을 거네!"

쿠즈네초프는 이제 모스크바로 돌아오자마자 스탈린에게 소환당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이번에 스탈린은 골로프코 제독의 부임 후 북방함대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골로프코를 임명할 때 스탈린은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현재 그곳은 질서와 규율이 전혀 없고 함대 사령관은 어부들과 논쟁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네. 발트해와 흑해와 달리 매우 복잡하고 중요한 영해인데 말이야.'

"이제 골로프코 제독도 해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스탈린이 물었다.

쿠즈네초프는 스탈린의 농담인지 모를 말에 눈에 띄게 당황했다.

"골로프코 제독을 해임하기엔 너무 이릅니다. 함대를 지휘하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개월입니다. 그의 말대로 북방 함대는 여전히 약하기 때문에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탈린은 쿠즈네초프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 기색이였다.

"39년에 신형 구축함 4척과 잠수함 10척이 발트해에서 북방함대로 옮겨졌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그 말이군." 스탈린이 눈도 깜빡이지 않으면서 쿠즈네초프를 응시했다.

"총참모부에서 논의한 결과 M급 잠수함과 어뢰정은 철도로, 구축함 이상의 함선들은 해상으로 옮길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보고드리겠습니다."

"시간 끌지나 말게." 스탈린이 경고하듯 말하면서 담배 파이프를 꺼내 불 붙였다. "아 그래, 한 가지 더... 해군 참모총장을 갈레르 제독에서 이사코프 제독으로 교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네만 어떤가? 내가 보기에 갈레르는 제대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너무 무른 성격이네."

'그래서 즈다노프가 이사코프에 대해 물어본 거군!' 쿠즈네초프의 찝찝함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어쩐지 갈레르가 최근 너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반대로 이사코프 제독은 일을 주도하고 다니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사코프도 많은 훈련을 받았고 경력도 길며 문제 될만한 배경도 없었다.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스탈린 동지. 이사코프 제독을 해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하고 갈레르 제독에겐 조선 및 군비 담당을 맡기겠습니다."

"처음으로 내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군." 스탈린이 만족하며 미소 지었다.

쿠즈네초프는 스탈린의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에게 한 가지 더 부탁하기로 결심했다.

"더 할 말 있나?"

"예...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새해 전날에 한번 뵈러 가고 싶습니다."

"어디 살고 계시나?"

"코틀라스에서 멀지 않은 메드베드키 마을에 계십니다."

"그래. 사흘이면 충분하겠지?"

"예, 감사합니다..."

 

 


📝 같이 읽어보기

 

🙍‍♂️ 이반 스테파노비치 이사코프

 

🙍‍♂️ 아르세니 그리고리예비치 골르프코

 

Головко, Арсений Григорьевич — Википедия

Материал из Википедии — свободной энциклопедии В Википедии есть статьи о других людях с фамилией Головко. Арсе́ний Григо́рьевич Головко́ (

ru.wikipedia.org